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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전자·카카오, AI 동지 어색해진 이유

  • 2018.09.05(수) 17:51

빅스비·카카오아이 손 잡았지만
뉴빅스비로 AI 플랫폼 경쟁 본격

 

인공지능(AI)을 고도화 하면서 협업을 추진한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어찌 된 영문인지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IT업계 선두를 달리는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1년 가까이 소식이 들리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는데요.

 

그러던 중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최근 어색한 관계가 된 사연이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AI 기반 음성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를 본격 AI 플랫폼으로 키우면서 서로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4일 열린 카카오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이프 카카오(if kakao) 행사에서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이 된 두 회사의 관계가 밝혀졌습니다.

 

◇ 윈윈에서 경쟁관계로

 

김병학 카카오 AI 총괄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AI 관련 논의를 가끔 하고 있지만 전략적 논의까지 하긴 어렵다”면서 "새로운 빅스비를 내놓으면서 논의가 오가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AI 플랫폼 카카오아이(i)와 삼성전자의 빅스비를 연동하고 AI 분야에서 협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어플리케이션(앱)을 불러오도록 하고, 카카오는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로 삼성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도록 한다는 구상입니다.

 

카카오아이는 연동되는 가전제품이, 빅스비는 호출할 수 있는 앱이 늘어나니 둘 다 편의성을 끌어올리고 이용자를 확대할 수 있어 윈윈(win-win)한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새로운 빅스비 때문에 서로 불편해졌다는 겁니다.

 

김 부사장은 행사 이후 기자에게 "삼성전자가 (빅스비로) AI 생태계를 만든다고 선언했고 카카오가 어떡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어떻게든 충돌을 피해보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빅스비는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과 갤럭시 S8플러스(+)부터 탑재되기 시작한 AI 기반 음성 비서 서비스인데요. 음성으로 통화, 문자, 카메라 등 스마트폰 기본기능과 삼성페이 등 삼성전자 서비스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도입하면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까지 작동시킬 수 있게 하고 외부 앱과도 연동되도록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개방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요.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빅스비로 스마트폰에 내장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어 삼성전자의 AI 플랫폼 전략을 실감키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갤럭시노트9에 탑재된 새로운 버전인 뉴 빅스비부터 확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버, 인터파크, 스타벅스 등과 제휴를 맺고 외부 서비스 연동을 크게 확대한 것인데요. 이에 따라 택시 호출, 공연 예매, 식당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 AI 플랫폼 시장 경쟁 불가피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 빅스비에 대해 “처음부터 외부제품 및 서비스와 연동해 AI 플랫폼으로 키울 생각이었다”면서 “카카오와는 추후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빅스비가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기능에서 나아가 외부 앱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AI 플랫폼으로 본격적으로 거듭나는 것이지요. AI 플랫폼을 확산하고 있는 카카오 입장에선 협업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생겼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카카오는 외부 제휴를 넓히면서 AI 플랫폼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회사와 건설회사 등과 협업해 차량과 아파트에 카카오아이를 탑재하는 것은 물론 카카오미니로 팟캐스트 앱인 팟빵 등 외부 서비스를 불러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던중 동맹관계였던 삼성전자까지 카카오와 같은 방식으로 AI 플랫폼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확산으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연결되자 이를 손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입니다.

 

지난해엔 카카오와 삼성전자 모두 카카오아이와 빅스비를 처음으로 선보인 만큼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라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각 사의 AI 플랫폼 덩치가 커지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더 이상 동맹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정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 연구원은 “AI 플랫폼 구축 초반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업체라도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협업을 했을지라도 플랫폼 규모가 커질수록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까진 카카오와 삼성전자 모두 협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고수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서로가 무시 못할 경쟁상대가 된 만큼 AI 동맹을 유지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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