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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시성 블록체인 사업말라…킬러앱 나와야"

  • 2018.11.26(월) 17:26

"쉬운 개발환경 조성해 다양한 앱 나오게 해야"
블록체인 전문가들 한자리서 의견 나눠

▲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가 26일 열린 블록체인 진흥주간에서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아무 곳에나 다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는데요. 블록체인은 그것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만 써야 합니다"

 

"아직 실생활에서 쓸만한 앱이 없어요. 블록체인에서도 킬러 앱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6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Blockchain Grand Week)에 참석한 블록체인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아직은 관련 인프라 구축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사업자들이 실체도 없는 프로젝트를 제시한 뒤 ICO(가상화폐 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그치고, 정부는 무분별하게 다양한 영역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민간에서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블록체인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지역화폐와 축산물 유통이력 추적 시스템, 사용자 인증 서비스는 블록체인을 쓰지 않아도 만들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지만 전시성 사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관세청 등은 축산물 이력관리·해외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부동산 거래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내년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표 대표는 "축산물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상품 이력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지만, 계란에 붙어있는 코드를 손으로 떼서 다른 곳에 붙여도 문제가 발생하는 게 현실"이라며 "사용자 인증 시스템 같은 경우도 사용자에게 공인인증서를 하나 더 깔게 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오프라인 접점이 높을수록 블록체인 기술 특징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획기적인 편의성 향상이 기대되지 않는 서비스라면 다른 옵션을 하나 더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는 얘기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현재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도박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대중적인 것이 '스팀잇'에 그치고 있다"며 "글로스퍼가 공급한 '지역화폐 노원'도 다른 서비스를 종합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대중화를 위한 미끼 혹은 기초 역할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김종환 블로코 상임고문 역시 "블록체인 업계가 실적을 평가할 때 코인 가치로 얘기하는데, 그것은 실적이 아니다. 사용자 수 등으로 얘기할 수 있는 앱 하나 내놓은 곳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26일 열린 블록체인 진흥주간에서 정부와 협력한 블록체인 관련 사업자들이 부스를 마련해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환 블로코 상임고문은 "누구나 쉽게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카카오톡이 나왔던 스마트폰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돼야 많은 서비스가 쏟아지고 그중 하나가 킬러 앱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블로코 역시 이를 위해 개인도 ICO를 할 수 있는 플랫폼 '갓츄'(gotchu)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의 경우 "글로스퍼가 만드는 플랫폼은 다른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협력해 크라우드 펀딩, P2P 대출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융통성 있게 활동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자 사용자들이 배우고 소비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부문 자회사 그라운드X의 이종건 이사는 "사용자가 어떤 앱을 쓰는데 이게 블록체인 앱인지 아닌지, 기존 기술과 혼합된 것인지 몰라도 된다"면서 "사용자에게 가치가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다양한 앱 개발을 독려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멀리서 찾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크립토(가상화폐)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술품 거래와 같은 일반인이 거래하기 어렵고, 부분 소유가 어려웠던 것이나 게임 등 사용자 접근성을 높이는 분야에서 킬러 앱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처음 개최된 블록체인 진흥주간은 과기정통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의 추진과제인 대국민 인식제고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유관기관과 전문기업, 대학·연구기관, 협·단체 등과 함께 매년 개최할 방침이다.

김정원 과기정통부 김정원 인터넷융합정책관은 "블록체인 기술은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성장과 혁신의 핵심요소"라며 "이번 진흥주간을 통해 국민과 기업이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개발과 시장 창출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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