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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2500만 유튜브 먹방, OOO이 가능케 했다

  • 2018.11.27(화) 17:58

번역플랫폼 '플리토' 이정수 대표 인터뷰
언어 데이터 시장·유튜버 수요 증가세
내년 매출 2배 성장 전망

▲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500만 건. 인기 유튜버 '떵개떵'이 유튜브에 올린 닭다리 먹방(먹는 장면을 주로 담은 영상) 재생 횟수다. 댓글도 무려 3만2000여 개. 전국민을 놀라게 할 만한 뉴스도 이 정도 트래픽이 발생하진 않는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핵심 동력은 유튜버의 흥미로운 영상 자체일 것이다. 조력자가 하나 있다. 언어다.

 

이 영상의 제목은 한국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제공된다.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가 지원되면서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했다. 3만건이 넘는 댓글을 보면 한국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언어 사용자들이 모인 것이 확인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번역 가능할텐데 그외 지역 언어는 어떻게 반영했을까. 24개 언어를 지원하는 번역 플랫폼 '플리토'가 도움을 줬다. 

 

플리토는 2012년 9월 집단지성 방식으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플랫폼이다. 번역을 요청하는 문장이 올라오면 다양한 일반 번역자들이 번역에 나서고, 요청자는 번역자의 플랫폼 내 레벨이나 추천 등의 데이터를 보고 적절한 번역을 고르는 방식이다.

 

번역 서비스는 초기 2회까진 무료로 사용 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포인트 구매를 통해 요청하는 구조다. 번역 요청에 필요한 포인트는 번역에 참여해 얻을 수도 있으며, 현금화 또한 가능하다. 돈이 된다는 점에서 번역자에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며, 번역 수준이 높아야 포인트를 얻는 구조이므로 번역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다.

 

다문화 가정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도 특징이다. 베트남 출신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이 "Anh oi thu 6 o trung tam ho tro phu….(중략)"라는 베트남어의 한국어 번역 요청을 남기자 "오빠, 금요일에 결혼이주여성 지원센터에서 양로원에 설거지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데 저도 신청했어요. 제가 금요일에 가도 되죠"라는 번역문이 올라왔다.

 

이런 서비스 특징 덕에 현재 173개국에서 95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한국인 사용자가 10%에 불과할 정도로 글로벌 서비스가 됐다.

 

2016년 말부터는 전 세계의 번역자 풀을 활용해 다국어 빅데이터 생산·판매 기업으로 거듭났다. 언어 데이터가 필요한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가 최근 급증하면서 언어 데이터 판매량이 더욱 늘었다. 실제로 올해 언어 데이터 판매량은 3000만건에 달한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넥슨 외에도 일본의 NTT 도코모,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바이두, 텐센트 등 국내외 유명 기업들에 판매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언어학습 서비스도 론칭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번역 등 서비스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를 지난 23일 만나 사업 현황과 계획을 들어봤다. 이정수 대표는 "언어 데이터 판매가 순조롭고 유튜버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내년 매출액이 올해(약 7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플리토가 다문화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사례와 같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착한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정수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창업 배경이 궁금합니다. SK텔레콤 공채로 입사해 투자팀, 자회사 SK플래닛에선 인수합병(M&A), 벤처기업 발굴 업무를 한 걸로 아는데 언어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궁금하고요

▲SK텔레콤에 2009년 공채로 입사했고, 그런 분야로 발령된 것뿐입니다. 그전에도 번역 관련 사업을 했다가 망한 뒤 기업에 입사한 겁니다. 사실 제가 쿠웨이트에서 태어났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영국, 미국 등에서 중학교까지 다녔습니다. 다양한 국적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언어를 배우곤 했죠. 그러면서 번역 서비스에 대한 필요를 어릴 때부터 느꼈고요. 대학생 시절 다양한 대기업에 이런 사업을 해보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해본 겁니다. 망한 경험이 있는데도 SK에서 4~5년 정도 일하다 나온 건, 사업을 할거면 제대로 해보고 망해보고 싶어서였고요.

-집단지성 방식의 서비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이런저런 시도를 했어요. 그러니까 삽질하다가 찾아낸 겁니다. 그냥 얻어걸린 것이죠.

 

-그래도 영감을 얻은 곳이 있을 것 같아요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숫자 그림이 나오고 그 숫자를 입력하는 게 있잖아요. 이게 구글이 2009년쯤 인수한 '리캡챠'의 스팸·해킹 활동 방지 기능인데요. 구글이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모아 자사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이용하더라고요. 컴퓨터로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이미지 형태의 문자 해독을 사람을 통해 무료로 하는 거죠. 사용자는 그걸 입력해야 서비스를 쓸 수 있고, 구글은 그걸 통해 스팸 활동도 막고 새로운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죠. 이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문자 형태의 이미지를 문지르면 번역이 되는 OCR(광학문자인식) 관련 서비스의 기초가 됐어요. 이처럼 양쪽의 동기부여가 확실한 서비스는 된다는 판단이었어요. 언어 번역도 데이터가 중요한데요. 확보가 어렵죠. 번역 서비스 수요와 공급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번역, 보상인데 그걸 플리토에 접목한 겁니다. 

 

▲ 인기 유튜브 채널 '떵개떵'의 먹방 영상에 영어 제목이 들어가있다. 이 영상 재생수는 현재 2500만건을 넘었다. [자료=유튜브 캡쳐]

 

-최근에는 유튜버 번역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영상 번역 요청을 소화해왔는데요. 2년 전에는 MCN 기업 샌드박스 네트워크로부터 요청을 받았죠. 영상 번역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올해부터인데요. 유튜브 영상, 요즘 많이들 보잖아요. 하지만 국내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유명한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 돈이 된다니까 너무 많은 유튜버가 나타났고,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외 사용자로 눈길을 돌리는 게 트렌드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자막입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자막 서비스를 맡기려면 많은 돈이 들어요. 저희의 서비스는 집단지성 방식으로 저렴하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번역을 제공할 수 있으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유튜브 영상 번역이 전체 번역 서비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이며 이는 작년(2017년)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샌드박스 사례를 보면, 유튜브 쪽도 B2B 공급이 가능한가요

▲유튜버는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긴 한데요.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4곳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중입니다. 이런 경우 집단지성 방식보다는 전문가의 검수 등 좀 더 서비스에 신경을 씁니다. 대학교 온라인 강의 플랫폼 'K-MOOK'에서 국내 대학 50% 정도에도 번역 서비스를 공급합니다. 

-번역 데이터를 판매하는 전략 자체도 흥미로운데요

▲'나는 학교에 갑니다'를 영어로 번역하면 'I'm going to school'인데요. 이렇게 단순한 번역 데이터도 건당 1000원 정도 했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짧은 데이터들이 많아야 인공지능이 기초학습을 할 수 있죠. 그런데 800만~1000만개 정도 데이터를 넣어야 학습을 시작하는 수준이 된다고 합니다. 국내외 다양한 사업자들이 스피커 등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언어 데이터가 없으면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사용자의 동의를 얻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음성에 잡음이 들어가면 데이터로서 가치가 떨어지고요. 번역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는 것도 어렵죠. 언어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죠. 저희는 정제된 번역 데이터를 기존의 10분의 1 정도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했습니다. 현재 매출액의 70%가 데이터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죠.

 

-첫 공급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가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창피한 얘기이긴 합니다만, 창업 이후 많은 데이터가 쌓일 것까지는 예상했지만 그것으로 뭘 해야할지는 잘 몰랐어요. 언어 연구 단체가 될까 생각했을 정도였죠. 2016년 무렵 우연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평창 올림픽에 이용할 인공지능 번역기를 만드는데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희가 데이터가 많다고 했어요. 샘플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그쪽에서 판단하기로 괜찮다고 봤던 것 같아요. 사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때 수익 모델이 명확해졌습니다. 이후 입소문이 났고, 여기저기로 공급하기 시작했죠. NTT 도코모의 경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갔다가 알게 돼 공급했고, 텐센트와 바이두 등은 중국 현지 스타트업 대회에서 수상하며 알게 됐습니다.

 

▲ 플리토의 베트남어-한국어 번역 사례 [자료=플리토]


-글로벌 사용자가 많은 점에 놀랐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한류 덕분입니다. 처음에 데이터를 쌓아야 했어요. 트위터 같은 SNS를 번역하는 채널을 열었습니다. 싸이, 슈퍼주니어 등 연예인의 트위터를 번역했어요. 교황의 트위터도 번역했죠. 엄청난 사용자들이 유입됐습니다. 스타들이 트위터에서 "플리토에 들어가서 봐"라고 코멘트를 하기도 했죠.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은 나라에서 저희 서비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중국 사용자가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 아랍 등의 순입니다. 

-다른 사업자가 플리토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불안함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구글 정도 되는 초대형 사업자는 이런 서비스에 관심이 없을 것 같고요. 네이버가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를 냈다가 사과하고 물러난 적이 있습니다.


-매각 계획은 전혀 없었나요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고 받고 있는데,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다른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그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거든요. 우리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하는데까지 하고 싶었어요. 오늘처럼 추운 겨울, 버스를 기다리는 저의 모습을 보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생각이 들면서도 서비스가 잘 돌아가는 걸 보면 기쁩니다. 외부 투자는 140억원 정도 받았습니다.

 

▲ 플리토 서비스 구현 장면 [자료=플리토]

 

-올해 매출과 내년 목표는 어떤지요

▲올해 7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는 140억~150억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이미 BEP(손익분기점)를 넘어서 언어 데이터 공급이 체결되면 바로 이익이 됩니다.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착한 회사가 되고 싶어요. 한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가 데이터 사업을 한다면 쉽지 않은데요. 한국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외로 이전하라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한국 회사로서 좋은 평판을 얻고 싶습니다. 저희 서비스는 다문화 가정에서도 많이 씁니다. 때로는 불화 등으로 이혼과 같은 상황에서 심각한 번역이 필요할 때 우스꽝스러운 번역 서비스는 곤란하죠. 저희가 도움이 됩니다. 다문화 가정의 외국 출신 부모가 학교에서 나오는 가정통신문을 읽을 때도 그렇죠.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회사. 폼 잡다 망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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