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운송 등 생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가 최근 해외직구 배송대행 사이트 '몰테일'로 유명한 코리아센터 인수합병(M&A)을 검토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M&A 타결 시 카카오의 최대 라이벌 네이버가 선점한 쇼핑 시장에서 해외직구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는데요.
하지만 카카오의 쇼핑사업 공략 키(Key)가 될 이번 M&A 협상과정에서 카카오와 코리아센터간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예를들면 서비스 명을 카카오OOO으로 할지, OOOkakao로 할지 등 여러부분에서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고 합니다.
또 카카오는 기존 임원 교체를 바라는 반면 코리아센터는 임원을 유지한다는 사내 공지를 띄우며 결속을 다지는 분위기인데요. 평행선을 달리는 카카오와 코리아센터간 M&A 협상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 서비스 명칭 두고 의견 차
코리아센터는 몰테일과 쇼핑몰 제작 서비스 메이크샵을 운영하고, 300만 청취자를 보유한 팟캐스트 방송사 팟빵을 자회사로 둔 쇼핑 전문기업 입니다. 카카오는 올 들어 쇼핑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 분야에 특화된 코리아센터에 M&A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경영방향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0년 설립된 코리아센터는 해외직구 배송대행을 비롯한 쇼핑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춘데다 올해 가격 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 운영사 써머스플랫폼을 인수할 정도로 성장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영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쥘지 정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카카오 자회사로 코리아센터를 두는 인수뿐만 아니라 양사에서 공동 출자해 합자회사를 만드는 방안 등이 두루 논의되는 것이지요.
경영방향이 확정되지 않으니 서비스 운영방식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양사가 함께 선보일 쇼핑 서비스 명칭을 카카오OOO으로 할지, OOOkakao로 할지를 두고 설왕설래한다는 건데요.
언뜻 사소한 의견 차 같지만 현 카카오 서비스를 보면 명칭에 따라 운영을 주도하는 곳이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예컨대 외부 게임이 카카오 계정을 연동, 친구 초대 기능을 도입하면 게임 이름 뒤에 'for kakao'를 붙입니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들되 카카오 계정만 빌린 것이지요.
반면 카카오와 외부업체가 손 잡고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앱) 안에 서비스를 선보일 경우 카카오OOO 형태의 명칭이 붙습니다. 이마트몰과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하는 카카오장보기가 대표적인데요. 이 경우 카카오톡 화면에 맞게 서비스를 만드는 등 카카오 운영방침을 적용 받습니다.
카카오와 코리아센터의 서비스 명칭을 둘러싼 의견차를 사소하게 넘길 수 없는 이유인데요. 카카오톡 앱 안에서 쇼핑 서비스를 할지 등 전반적인 운영방식을 가닥 잡지 못했을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 "임원 유지" 코리아센터 사내공지 강수
M&A 타결 시 인사 문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카카오는 코리아센터 조직에 카카오 색깔을 입히는 것을 바라는 입장일 텐데요.
이에 대해 현 코리아센터 임원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내부 원성이 높아지자 급기야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가 기존 임원들을 안고 가겠다고 최근 사내에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결속을 다지는 차원입니다.
경영방향은 물론 인사를 두고 입장 차가 나다보니 M&A 논의가 장기화되는 조짐입니다. 코리아센터가 당초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한 상장을 M&A보다 먼저 마무리 짓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M&A 타결 시점이 그만큼 늦다는 것이지요.
한편 카카오는 코리아센터와의 경영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쇼핑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카카오커머스(가칭) 대표로 홍은택 전 카카오메이커스 대표를 내정했습니다.
당초 카카오의 코리아센터 M&A가 쇼핑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네이버와 차별화, 국내외를 아우르는 쇼핑 플랫폼을 출범할 핵심 키로 부각됐는데요. 기대에 비해 양사간 논의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카카오와 코리아센터가 M&A 입장 차를 좁히고 쇼핑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