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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 가상화폐]⑤'리브라' 주춤해도 봄날은 온다

  • 2020.03.30(월) 16:26

규제당국 견제에 기대됐던 '리브라' 전략수정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논의 지속
업계 어려워도 민간 프로젝트 사업 진행 중

가상화폐(암호화폐) 생태계는 올해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권 편입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심이 가상화폐 가치의 등락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 스스로 화폐 기능을 넘어설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주요한 기술 축이 될 수 있음도 증명해야 한다. 비즈니스워치는 이같은 과제들이 가상화폐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함께 기술 입증에 나설 국내외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편집자]

가상화폐(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가격은 변동폭이 높아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텔레그램 n번방'에서 가상화폐가 사용됐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은 더해지고 있다. 또 가상화폐 업계에서 기대를 받던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도 의구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연구 및 테스트는 현재진행 중이다. 국내 민간 프로젝트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순기능을 발현하기 위해 불안한 업계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상화폐 기대주 '리브라'의 주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리브라(Libra)'를 공개했다. 자금 이체나 상품 및 서비스 구매 등 금융·결제에 가상화폐 리브라를 활용해 기존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지구촌 20억명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이를 위해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코인베이스 등 유명 기업과 리브라연합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리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도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리브라 프로젝트는 각국 규제 당국으로부터의 견제 등으로 인해 사업 진행에 암초를 만났다. 전세계 24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리브라가 상용화되면 기존 화폐의 지위는 물론 통화 및 금융정책을 펼치는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 역할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하원은 리브라 개발 중단을 요구했으며 중국도 리브라가 자국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봤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리브라를 공식 출시한다고 지난해 밝혔으나 현재 올해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페이팔, 마스터카드, 비자, 이베이 등 7개사가 리브라 연합을 탈퇴했다.

이에 리브라는 각국 규제 당국이 지적한 문제를 수정하고 달러나 유로 등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리브라 사업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리브라만으로 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성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을 통해 "리브라는 기존 가상통화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 어떤 가상통화보다 상용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24억명의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 예금의 10분의 1을 리브라로 이전할 경우 리브라 적립금은 2조달러를 넘게 되며 은행들의 지불능력 하락, 대출금 감소, 막대한 해외 자금 이전으로 인해 국제 수지가 취약한 신흥시장에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연구

현재 주요 국가는 리브라를 견제하면서도 민간 중심의 가상화폐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CBDC를 '법정화폐로 쓰기 위해 중앙은행이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한 새로운 형태의 돈'이라고 정의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 세계 최초 CBDC 발행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민은행은 현재 CBDC 발행 및 유통을 위한 근거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엄격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결제 시스템 및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들은 금융기관에서 활용할 거액 결제용 CBDC을 중심으로, 결제 시스템이 미비한 후진국은 모든 경제 주체가 사용할 수 있는 소액 결제용 CBDC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2018년 1월 가상화폐 및 CBDC 공동연구 TF(테스크포스)를 출범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그간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은행 간 자금이체 모의 테스트와 소액 결제 모의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현재 증권 대금 동시 결제 모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외 여건변화에 따라 CBDC 발행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에 대비해 전담조직(디지털화폐연구팀 및 기술반)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해 CBDC 관련 법적 이슈 검토와 기술연구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CBDC 발행을 공언하고 EU는 소액 결제용 CBDC 도입을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CBDC 발행을 공식화한 곳은 많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중 80% 이상이 CBDC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중단기적으로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는 가상화폐·블록체인 지속

국내 민간 기업 중심으로도 가상화폐 프로젝트 진행은 지속되고 있다. 밀크파트너스는 두나무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의 서비스형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흩어져 있는 이용자 마일리지를 암호화 토큰 '밀크'로 통합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야놀자, 딜카, 서울공항리무진 등이 협력사로 합류해 여행, 숙박, 이동, 쇼핑을 잇는 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는 자사 블록체인 클레이튼 기반의 토큰과 클레이튼 자체 가상자산인 클레이를 보관하고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지갑 '클립(Klip)'을 올해 상반기 내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웹 전용 지갑 '카이카스'를 출시한 바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도 본질적으로는 서비스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하며 프로젝트의 본질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경쟁력은 없다"면서 "좋은 팀이나 프로젝트는 가상화폐공개(ICO)나 가상화폐 환경에 상관없이 투자를 받고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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