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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닝포인트]⑤'거리두기'가 일깨운 '초연결'

  • 2020.04.08(수) 10:25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되며 불편 커졌지만
성큼 다가온 초연결 시대 깨닫는 계기로

[자료=질병관리본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기로에 놓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까지 거론된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기업활동의 전과정이 예측 불허다. 기업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그 이후 맞을 경제 생태계 변화 대응책 모색에 더 여념이 없다. 각계의 코로나 대응 현황을 짚어보고 팬데믹 해소 이후 각 기업과 산업의 진화방향을 다각도로 점검한다.[편집자]

'코로나19' 여파로 사람을 만난 지 오래됐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시절이 당분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해 4월19일까지 계속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 참가나 외출 자제,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집단감염 사례를 줄이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19.8%에서 6.1%로 감소했고, 집단감염 사례도 63.6%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효과는 있으나,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요.

질본의 '국민행동지침'에 따르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2미터(m) 이상 건강거리를 둬야 합니다. 또 직장에 가게 되더라도 마주보지 않고 일정거리를 두고 식사하며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죠.

#너거리 씨의 사회적 거리두기

이제, 여러 사례를 종합한 가상인물 '너거리' 씨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너거리 씨는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공적, 사적 점심·저녁 식사 약속은 물론 티타임과 같은 가벼운 약속들도 모두 취소했습니다.

예컨대 전 직장 대표·회사 동기들과의 점심 모임은 2월부터 수차례 연기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힘없는 월급쟁이 입장에서 '굳이 만났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떠안을 수 있는 부담'은 버겁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너거리 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30분입니다. 알람은 8시25분에 맞췄습니다. 집은 경기도이고 직장은 서울이라 출근 시간은 1시간30분에서 1분으로 단축됐습니다. 침실에서 책상으로 걸어가서 노트북을 켜는 게 출근이니까요. 이런 까닭에 '꿀맛'이라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바빠진 탓에 예전보다 일찍 집을 나섭니다. 유치원에 가야 할 아이는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까닭에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떠도 됩니다. 그래서 여전히 아침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너 씨는 아내가 없는 침대에서 눈을 뜬 직후 커피를 끓이고 노트북을 켭니다. 사내 메신저에 접속하면 출근이 확인되고, 별도로 출근을 보고합니다. 그렇게 하루 업무를 시작합니다.

어떤 땐 일하는 느낌을 갖기 위해 외출복으로 갈아입기도 합니다. 좀 웃기긴 하지만 평소 출근할 때와 똑같은 옷을 입을 때도 있습니다.

오전 업무가 그럭저럭 이뤄지고, 점심시간이 찾아옵니다. 너씨는 주말에 미리 사둔 봉지 형태의 돼지국밥을 뜯어 끓여먹습니다. 어느날은 이런 '인스턴트' 음식이 지겨워 된장찌개를 처음으로 끓여보기도 했습니다. 지인의 회사는 구내식당에 자리마다 칸막이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니 마구간 같아 보여 '웃픕'(웃기지만 슬픕)니다.

평소에 출퇴근만으로 1만보를 너끈히 채웠던 너 씨는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식사 후 창밖을 보니 과거보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밖에 나가봅니다. 깜빡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자신을 피하는 몸짓이 느껴집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갑니다.

회사에선 가끔 연락이 옵니다. 주로 PC로 이용 가능한 사내 메신저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도 이뤄집니다.

단체 채팅방을 통한 회의도 가끔 있습니다. '줌'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영상통화를 한 기억이 없는 너 씨는 화상회의를 하지 않는 게 천만다행으로 느껴집니다.

다중통화 전화로 회의를 할 때도 있는데, 대면 회의와 상당히 다르다는 인상입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회의할 때는 가벼운 '근황토크'도 섞이지만, 전화로만 대화를 하다보니 그야말로 일 얘기만 하게 됩니다. 회의가 깔끔하다는 인상과 동시에 딱딱하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때도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도 보는 경우입니다. 일과 가족생활에 구분이 없는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통 주말에 하던 빨래와 청소도 평일에 '운동삼아'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끔 문제도 있습니다. 사내 메신저가 불통일 땝니다. 게다가 카카오톡마저 안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답답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후도 업무만 놓고 보면 오전과 유사합니다. 퇴근할 때도 어색하지만 '내일 뵙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인사하고 노트북을 닫습니다. 내일 만날 일은 없는데도 왠지 그런 인사가 정감이 갑니다. 어쨌든 온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퇴근 역시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를 돌보다가 아내를 데리러 갑니다.

이런 식으로 살다보니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너거리 씨는 한달 넘게 외부인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너 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통신 이동량 분석 결과 국민 이동은 1월4일에 1797만건이었고 설 연휴가 있던 1월25일에는 3000만건에 달했는데, 2월부터 4월 초까지 1300만건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기지국 데이터를 기준으로, 거주하는 행정동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의 수를 추정한 것입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로 초연결 시대 체감하다

너거리 씨는 달라진 일상을 보면서 초연결 시대가 온다는 말이 무슨 얘기였을까 싶습니다. 4세대 이동통신, 4G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5G가 작년 4월 상용화되면서 훨씬 많은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등이 더욱 빠르게 연결된다는 얘기 말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달라진 일상은 역설적으로 초연결 시대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과도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1분1초를 더욱 자주 공유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도 외근할 때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원격 업무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업무 공간이 집으로 바뀌었을 뿐 초연결 시대는 이미 와있었습니다. 업무는 물론 회사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외에도 스마트폰으로 많은 활동을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즐기는 쇼핑, 게임, 영상들도 그렇습니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지, 물 등 생활 필수품을 구매했고 각종 먹거리는 배달 앱으로 이용 가능했죠.

품귀 현상을 겪을 정도로 인기라는 '모여봐요 동물의숲'이라는 닌텐도 게임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외로움도 해소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집을 짓고 채집하거나 돈을 빌리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의 삶을 즐기는 '힐링 게임'이라고 합니다.

나 씨는 영화관에 간 지도 오래됐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오히려 초연결 시대를 실감하게 된 셈입니다.

초연결 시대는 이런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더욱 널리 이용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뒤 초연결 시대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지 그려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너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치고 집 밖으로 출근하면서는 깜빡하고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정을 통해 가스를 잠급니다.

여전히 꽃샘 추위가 한창이기에 차량의 열선시트 '엉뜨'를 탑승 전 미리 작동시킵니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이미 신형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들입니다. 주차 역시 자동으로 하는 게 가능합니다.

전자동 시스템 등을 통해 생산 공정을 제어함으로써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팩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팩토리 지원을 한 중소기업 4곳은 마스크 일일 생산량이 기존 92만개에서 139만개로 51%나 증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도 '프라이빗(Private)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을 이끌 5G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한다는 방침입니다. 5G 네트워크에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증강현실(AR)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SK텔레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세계 최초 5G 스마트 발전소 구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5G와 양자암호 보안 기술을 적용해 드론의 실시간 댐 영상 감시, 원격 수위 감시, 현장상황 공유 시스템 등을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너거리 씨와 한국 경제가 맞을 코로나 이후의 초연결 시대는 벌써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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