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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제다]'규제'에 숨어버린 '혁신' 되찾아라

  • 2020.04.21(화) 13:26

[창간 7주년 비즈니스워치 제언]
기득권 보호 위주 정책만 강화해선 안돼
표심보다 미래먹거리 만들 규제로 개선해야
국내외 기업간 기울어진 운동장도 고민할때

국민을 위해 봉사할 일꾼을 뽑는 4·15 총선은 끝났지만 국민들의 느끼는 고통은 이제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누구에게 맡길까에 대한 결정은 내려졌고, 이제는 경제 문제 해결에 전념할 때다. 한국 경제의 융성을 이끌어온 기간산업이 맥없이 흔들리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은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한 채 꺾이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혁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창간 7주년을 맞는 비즈니스워치는 [다시 경제다]를 주제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타다를 한번도 안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11인승 승합차 카니발로 이용자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한창일 때 나왔던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그만큼 타다는 이용자에게 만족감을 안겨줬다.

왜 사람들은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비싼 타다에 환호 했을까. 타다의 서비스가 월등해서가 아니다. 타다의 서비스는 돈을 내고 이동수단을 탄 사람이라면 당연히 받았어야 할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일반 택시는 돈을 내고도 기분이 나빠지는 이동수단 이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택시의 서비스를 개선시키면 되잖아'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정책경험을 보건데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납금을 내야하고 생계형으로 운전하는 택시기사들 입장에서 서비스는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기 때문이다.

이는 택시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택시운영의 기본틀을 처음부터 잘못 만들었으니, 이제와서 고치는 것이 힘들어졌다. 택시단체가 정치세력화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 틀을 깨고자 타다가 출현했지만, 결국 18개월만에 백기투항했다. 더 안타까운 점은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앞둔 시점에선 '규제에 발 묶인 혁신'에 대한 이슈는 사라지고 '실직 위기에 놓인 타다 드라이버와 사측의 갈등'만 남게 됐다는 점이다.

타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꼼수 서비스다', '혁신 서비스다', '혁신까진 아니지만 만족감 높은 서비스다' 등. 하지만 타다는 대한민국 현행법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혁신 서비스 였다는 점에선 많은 이들이 동감할 것이다.

◇ 학습효과 나타나기 전 규제개선 시그널 던져야

시장의 학습효과는 빨리 일어난다. 정부나 국회가 시장이 가는 길을 막아설 경우 시장은 왠만하면 다시 그 허들을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타다(모빌리티) 였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규제를 넘어서려는 혁신이 사라질지 모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 모범사례로 꽃피운 'K클리닉' 분야가 우려스럽다.

바이오헬스산업은 고령화,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미래문제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돌파구다. 우수 바이오기업, 의료인력, 병원시스템 등 인프라 측면의 경쟁력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바이오시장은 1500억달러, 즉 170조원 남짓 규모로 글로벌시장 대비 2%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예를들면 의료데이터 활용이 절실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없다. 4차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이 의료분야에도 접목되는 추세이지만 관련 의료기기 품목은 없다.

혁신의료기기에 대해선 우선심사제도를 도입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 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의료기기 중복인증을 간소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K클리닉을 활성화 시키고 전세계로 확장시키려면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시장의 기득권 세력이 신흥 서비스로 인해 시장잠식 당하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자

국내 기업들은 현행 제도내에서 갖가지 규제를 받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은 예외인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디어 분야다. 미디어는 공익적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규제가 까다롭다.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과거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는 여전하지만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는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인터넷이라는 이유로, 주문형비디오(VOD)라는 이유로, 외국 사업자라는 이유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데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강력하게 글로벌 OTT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OTT의 출현으로 국내 미디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미디어 시장이 국내 사업자에 국한된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경쟁 체제로 확대됐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가 국내 진출하면서 이제는 규제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유럽이 글로벌 OTT에 대항해 방송법, 미디어법, 경쟁법을 바꿨듯이 우리도 새로운 법과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국내 인터넷망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소송까지 건 사건이 발생했다. 그냥 두면 국내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구글, 유튜브, 아마존에서부터 외국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쿠팡, 배달의민족 등 사례는 끝이없다.

또 최근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하는 만큼 앞으로는 방송사업자의 M&A를 간소화 해 자율적인 미디어 시장 재편과 신규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발전을 이루려면 포지티브 규제(법에서 허용한 것만 가능한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법이 금지한 것 이외는 허용한 규제)로 바꿔야 하며, 국내외 기업간 차별이 발생해서도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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