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 인수 및 SK그룹 보안 계열 재편, 11번가 분사와 외부투자 유치, 티브로드 인수 이후 SK브로드밴드와 합병, T맵 분사 및 우버와 모빌리티 공동 추진.
SK텔레콤이 박정호(57) 사장 취임(2016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벌인 주요 사업 재편이다. 얼마 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10조 빅딜'은 그룹 차원의 결정이긴 하나 박 사장의 인수합병(M&A) 노하우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 외에도 SK텔레콤은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11번가·ADT캡스·웨이브 등 자회사 줄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부단한 사업 교통정리가 이어지는 것은 무선통신을 중심으로 성장한 SK텔레콤이 종합 IC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중심에는 'M&A 전문가' 박 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과감한 사업 재편과 적극적인 M&A 행보에 힘입어 SK텔레콤의 외형 성장이 도드라진다. 박 사장은 이통 3사 가운데 최고의 금전적 보수를 받고 있는데 회사 성장에 따라 스톡옵션 '잭팟'을 터트릴지 관심이 모인다.
◇ 취임 후 쉴새없는 사업재편, '5대 핵심사업' 완성
SK텔레콤은 지난 16일 T맵 사업을 물적분할하고 우버와 모빌리티 동맹을 맺는다고 발표하면서 모빌리티를 다섯번째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이동통신을 비롯해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상거래)로 사업을 재편하며 4대 핵심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었는데 T맵 분사를 계기로 5대 신산업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의 올 6월말 기준 계열사 수는 50여개. 이 가운데 주력인 이동통신 사업은 SK텔레콤을 비롯해 피에스앤마케팅·SK오엔에스·서비스에이스, 미디어는 SK브로드밴드·웨이브·드림어스컴퍼니, 보안은 ADT캡스·SK인포섹, 커머스는 11번가·SK스토어가 각각 이끌고 있다.
SK텔레콤은 계열사 뿐만 아니라 다른 ICT 기업인 카카오톡과 지분교환을 통해 콘텐츠·인공지능(AI)·커머스 부문에서 협력하거나 지상파 방송3사의 지분투자를 통해 웨이브 서비스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게임 협업을 비롯해 BMW와 볼보, 재규어 등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 등 외부 제휴를 많이 하고 있다.
크고 작은 '떼내고 합치기'와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활발한 협업은 박 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앞서 박 사장은 올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4대 핵심사업 외에 잠재적 사업 모델로 모빌리티를 거론했으며 또 다른 공식석상에서도 모빌리티 사업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사업을 직접 챙기기도 한다. 현재 박 사장이 임원을 겸직하는 계열사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와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 SK브로드밴드, SK그룹의 동남아투자법인(SK S.E. Asia)과 중국 지주사(SK차이나) 6개사다.
특히 박 사장은 2018년말부터 1년간 SK브로드밴드의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하면서 방송통신 융합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 통신만으론 성장 한계…전공 M&A 살려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쉴새없는 M&A와 계열 재편을 추진하는 것은 이동통신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주력 이동통신 사업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연결 매출 가운데 이동전화(MNO)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2800억원 가량 감소한 11조41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연결매출(17조7437억원)을 달성했으나 5세대(5G) 통신 서비스를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 때문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6%나 감소한 1조1100억원에 그쳤다.
관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데다 정부의 요금할인 압박이나 통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의 사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 3사는 지난해 4월 세계최초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했음에도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대부분 고만고만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보안과 커머스,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베팅을 하는 이유도 변화만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보고 있어서다. 5G 시대를 맞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준비 차원으로도 설명된다.
박 사장은 그룹내 M&A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1989년에 당시 SK(선경) 입사해 그룹 내 주요한 보직을 두루 거친 SK맨이다.
SK그룹의 신세기통신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요 M&A 과정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통합 SK 출범을 이끌어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 대내외 높은 평가, 18만여주 스톡옵션 '관심'
박 사장의 경영 행보는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경영인 평가에서 국내 ICT기업 CEO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국내 500대 기업 CEO(오너 포함) 가운데 1년 이상 재임한 159명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경영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것이다.
박 사장은 매출 성장 등에 기여한 공로로 회사로부터 후한 금전적 보상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올 상반기 SK텔레콤으로부터 44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는데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최고 대우'다. 이는 지난해 그의 연봉 45억에 육박한 수치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2017년 세차례에 걸쳐 스톡옵션 총 7만여주, 올 3월에 11만여주의 스톡옵션을 성과 독려 차원에서 받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주가의 시세(이날 종가 23만8550원 기준)로 따지면 무려 424억원의 가치다.
일부의 행사 기간이 작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풀리고 있어 지금 당장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물량만 4만여주에 달한다. 주가가 행사가격을 밑도는 등 부진해 현재로선 행사할 이유가 없으나 향후 자회사 상장 등 호재가 이어지면 주가 상승으로 적지 않은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의 자회사 이익 기여도가 커지고 있고 기업공개(IPO)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기업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5G 가입자 증가 및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이는 2021년 이후까지 장기 실적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자회사 상장이 예정되어 있어 통신 사업만이 아닌 ICT기업으로 전환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