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CJ ENM의 티빙이 KT가 운영하는 시즌을 합병한 데 이어 LG유플러스가 왓챠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 합종연횡 움직임이 고조됐다. 생존경쟁을 위한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OTT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유플러스, 왓챠 인수할까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토종 OTT 업체인 왓챠 인수를 추진 중이다. 왓챠가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 2011년 영화 추천 서비스로 출발한 왓챠는 2016년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대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추진했으나 자금시장 경색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왓챠는 2020년 154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전에 뛰어든 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황현식 사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2027년까지 비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며 "콘텐츠와 OTT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 'U+아이들나라'를 키즈 전용 OTT로 탈바꿈하며 2027년까지 국내외 가입자 1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왓챠가 자체 지식재산권(IP) 콘텐츠를 많이 가진 회사는 아니다 보니 이미 외형을 갖춘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직 자체 플랫폼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왓챠가 가진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OTT 시장, 합종연횡 본격화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 바람은 거세지는 추세다. 경쟁 업체 증가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이용자 증가세까지 둔화하면서 OTT 업체들은 신규 가입자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서는 콘텐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티빙은 지난달 케이티시즌을 합병하며 국내 1위 OTT 사업자로 거듭났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시즌 서비스는 오는 31일 종료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31만명으로 기존 토종 OTT 1위였던 웨이브(416만명)를 앞질렀다.
타사와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티빙은 지난 6월 글로벌 OTT인 파라마운트 플러스 브랜드관을 론칭하고 콘텐츠 라인업을 확장했다. 경쟁사인 웨이브 역시 HBO와 대규모 콘텐츠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HBO 시리즈는 물론 HBO 맥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이러한 합종연횡 흐름은 글로벌 OTT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로 몸집 키우기를 통해 넷플릭스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지난 4월 합병 계약을 완료하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조만간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플러스를 합친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 역시 회사가 소유한 ESPN플러스, 훌루, 디즈니플러스를 디즈니플러스로 통합할 계획이다. 파라마운트글로벌도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쇼타임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원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콘텐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합종연횡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앞으로도 콘텐츠 투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패스트 플랫폼(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