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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KT 새 선장 김영섭의 '정중동'

  • 2023.08.08(화) 11:12

KT는 지난 4일 김영섭 LG CNS 전 대표를 새 대표이사 후보로 정했다. KT는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이다.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칠 때, 곧 조직이나 제도를 개혁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중국 한(漢)나라 유학자 동중서(董仲舒)가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비롯된 말로 요즘으로 치면 '신발끈 조여매라', '어금니 꽉 깨물어라' 등의 표현과 비슷하다고 할까.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확정된 김영섭 LG CNS 전 대표는 동양철학과 한학에 관심이 깊다고 한다. 10년전에는 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해현경장이라는 사자성어도 2015년 LG CNS 대표로 취임할 때 직원들에게 썼던 표현이다. 첨단을 걷는 IT기업의 CEO가 한학에 조예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 후보는 1959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1977년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1984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옛 LG상사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지난해 퇴임할 때까지 약 40년을 LG그룹에 몸담은  'LG맨'이다. 2014년에는 KT와 경쟁관계인 LG유플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도 했다.

김 후보가 KT 대표로 선임되면 이석채·황창규 회장에 이은 세번째 외부 출신 CEO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이 회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보통신부장관 등을 지낸 관(官) 출신이고, 황 회장은 KT와 협력관계에 가까운 삼성전자 출신이다. 유무선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관계인 LG 출신을 CEO로 선임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김 후보가 대통령실과 연이 닿아 있다는 설이 나온다.

지난 4일 KT의 차기 CEO로 낙점된 이후 김 후보는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하는 중이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보내도 묵묵부답이다. 지난 7일 오전 김 후보의 청사진을 듣기 위해 그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더케이호텔서울과 안다즈호텔 등 주위 호텔을 돌아봤어도 김 후보의 흔적을 찾을 순 없었다.

대신 "KT와 관련한 일로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것 같다"는 주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KT 관계자는 "김 후보가 대표 직무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 일정을 소화한다는 얘기가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같은 날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해 서울 우면동에 있는 KT연구개발센터를 찾았다. 10여명을 만나 김 후보에 대한 생각과 바라는 점을 물었으나 "답할 수 없다"며 모두 자리를 피했다.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김 후보와 KT 직원들이 서로 알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기도 했을 터다.

KT는 오는 30일 김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연다. 김 후보는 전체 주식의 25% 이상, 주총 참여주식의 60% 이상 찬성을 얻어야 KT CEO로 활동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CEO 선임을 둘러싼 혼란과 경영공백이 이번 주총을 끝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김 후보는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사자성어도 즐겨 썼다고 한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심정, 경영정상화가 절실한 지금의 KT에 꼭 필요한 화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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