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동통신사들의 지원금 경쟁을 유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통사들의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여전히 이어가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졌고 방송통신위원회도 향후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2일 단통법 시행령 제3조(지원금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 유형 및 기준)에 대한 예외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이통사의 기대수익과 이용자의 전환비용을 고려해 방통위가 정해 고시하는 가입 유형에 따른 지급기준에 따라 이통사가 예외적으로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통사의 지원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업계도 방통위의 행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과거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따른 결과를 담합으로 보고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가 논의되는 지금 공정위가 계속 이를 제재하려는 것이 시기적으로나 정책 추진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민생안정대책 차원에서 단말기 부담 경감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인데, 공정위 조사는 단말기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위의 조사는 단통법에 대한 주무부처 방통위의 해석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방통위의 정책에 이통사들이 순응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정부가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판매장려금 제한 정책을 실시하면서 장려금이 30만원에 수렴하게 됐는데,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판단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통신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그동안 사업자 수, 요금제 수준, 시장 점유율 등을 지속 관리해왔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경쟁을 하고 싶어도 정부 정책에 따라 경쟁이 불가피하게 제한되는 측면이 있었다. 단통법도 이용자 차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장려금 30만원을 법 위반 기준으로 설정하는 등 일부 경쟁을 제한해왔다.
앞으로 단통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지원금 차별이 가능해진 후에도 이동통신시장의 특성상 지원금이 일정 수준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은데, 공정위가 계속 담합으로 보고 조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은 이용자를 차별하는 보조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정됐고, 공정거래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법을 집행해왔다"며 "과거 단통법 집행에 대해 다시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고, 수범자·이용자들의 신뢰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 법학 전문 교수도 "전국민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이동통신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이용자 차별, '호갱'(호구고객) 논란을 방지할 목적으로 자유경쟁의 예외를 인정하는 단통법을 제정한 것"이라며 "이번에 법령을 개선해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의 물꼬를 튼 만큼 공정위가 다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