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수익성 악화에 근심 깊은 중견 제약바이오

  • 2024.04.07(일) 11:00

녹십자·한독 등 영업익 반토막…SK바사·일동은 적자행진
코로나 엔데믹으로 신약 R&D 투자·판관비 증가 원인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동국제약, 녹십자, 대원제약 등의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대폭 감소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부광약품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다수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거나 연구개발비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늘어나면서다.

7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동국제약, 녹십자, 대원제약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큰 폭 줄었고 SK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부광약품은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며 가장 많이 줄은 곳은 녹십자와 한독이다. 두 곳 모두 매출액 감소로 수익성도 나빠졌다. 녹십자는 엔데믹으로 국내 독감백신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에 연구개발비와 판관비를 각각 9.3%, 11.2% 줄였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36.3% 줄어든 344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희망퇴직(ERP)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전체 조직의 10%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독은 도입, 판매해왔던 알렉시온의 희귀의약품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의 국내 판권이 지난해 초 만료되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연구개발비와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가 각각 11.9%, 5.9%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5.8% 감소한 126억원을 기록했다. 

안국약품은 대표 품목인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의 성장으로 매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판관비 내 지급수수료가 약 200억원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전년대비 47.4% 감소했다. 지급수수료는 제약사들이 영업대행사(CSO)나 유통회사 등에 의약품 판매를 대행하면서 지급한 비용이다. 동화약품도 R&D 투자와 함께 광고선전비, 지급수수료 등 판관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7.1% 줄든 299억원에 그쳤다. 

2023년 수익성 저조한 제약바이오 기업들. /그래픽=비즈워치

동아에스티와 삼진제약의 수익성 악화는 R&D 투자 증가가 주요인이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보다 8.1% 늘어난 1211억원을 투입하면서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2.9% 감소한 112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과민성방광 치료제 'DA-8010'의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 면역항암제 'DA-4505'의 국내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아 임상에 돌입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비만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임상1상 승인을 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통해 약 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삼진제약은 지난 2021년 마곡R&D센터를 준공하면서 2022년 68명이던 연구인력을 지난해 103명으로 대폭 늘리며 R&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대비 15.3% 증가한 354억원을 투자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6% 감소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이 2022년보다 9.5% 증가했지만 R&D 비용과 판관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은 9.5% 감소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전립샘비대증 복합제 개량 신약 'DKF-313'의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전립선치료제인 미립구(작고 속이 빈 둥근 입자) 서방형 로렐린데포주를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1개월, 3개월 제형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부광약품, 일동제약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초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5년간 R&D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할 5개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등 총 10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2022년 OCI에 인수된 후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외상매출과 유통재고 축소, 채권기일 단축 등을 수행했다. 그 결과 판관비를 전년대비 9.7% 줄이면서 영업손실도 2억원으로 줄였다. 일동제약은 53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대적인 ERP를 시행하고 R&D 투자와 판관비를 줄이면서 적자폭은 약 200억원 감소했다.

이밖에 일양약품, 삼진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알리코제약, GC셀, 삼천당제약, 이연제약, 대화제약 등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고 SK바이오팜, 신풍제약, 종근당바이오, 경동제약, 국제약품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엔데믹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됐지만 매출 기반이 탄탄한 대형 제약사들과 달리 중견 제약사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원자재값 인상과 약가인하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신약 개발과 영업활동이 재개되면서 R&D와 판관비 지출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업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는 있지만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