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수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거나 연구개발비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늘어나면서다.
7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동국제약, 녹십자, 대원제약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큰 폭 줄었고 SK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부광약품은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며 가장 많이 줄은 곳은 녹십자와 한독이다. 두 곳 모두 매출액 감소로 수익성도 나빠졌다. 녹십자는 엔데믹으로 국내 독감백신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에 연구개발비와 판관비를 각각 9.3%, 11.2% 줄였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36.3% 줄어든 344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희망퇴직(ERP)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전체 조직의 10%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독은 도입, 판매해왔던 알렉시온의 희귀의약품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의 국내 판권이 지난해 초 만료되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연구개발비와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가 각각 11.9%, 5.9%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5.8% 감소한 126억원을 기록했다.
안국약품은 대표 품목인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의 성장으로 매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판관비 내 지급수수료가 약 200억원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전년대비 47.4% 감소했다. 지급수수료는 제약사들이 영업대행사(CSO)나 유통회사 등에 의약품 판매를 대행하면서 지급한 비용이다. 동화약품도 R&D 투자와 함께 광고선전비, 지급수수료 등 판관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7.1% 줄든 299억원에 그쳤다.
동아에스티와 삼진제약의 수익성 악화는 R&D 투자 증가가 주요인이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보다 8.1% 늘어난 1211억원을 투입하면서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2.9% 감소한 112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과민성방광 치료제 'DA-8010'의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 면역항암제 'DA-4505'의 국내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아 임상에 돌입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비만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임상1상 승인을 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통해 약 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삼진제약은 지난 2021년 마곡R&D센터를 준공하면서 2022년 68명이던 연구인력을 지난해 103명으로 대폭 늘리며 R&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대비 15.3% 증가한 354억원을 투자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6% 감소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이 2022년보다 9.5% 증가했지만 R&D 비용과 판관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은 9.5% 감소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전립샘비대증 복합제 개량 신약 'DKF-313'의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전립선치료제인 미립구(작고 속이 빈 둥근 입자) 서방형 로렐린데포주를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1개월, 3개월 제형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부광약품, 일동제약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초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5년간 R&D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회사 측은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할 5개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등 총 10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2022년 OCI에 인수된 후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외상매출과 유통재고 축소, 채권기일 단축 등을 수행했다. 그 결과 판관비를 전년대비 9.7% 줄이면서 영업손실도 2억원으로 줄였다. 일동제약은 53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대적인 ERP를 시행하고 R&D 투자와 판관비를 줄이면서 적자폭은 약 200억원 감소했다.
이밖에 일양약품, 삼진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알리코제약, GC셀, 삼천당제약, 이연제약, 대화제약 등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고 SK바이오팜, 신풍제약, 종근당바이오, 경동제약, 국제약품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엔데믹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됐지만 매출 기반이 탄탄한 대형 제약사들과 달리 중견 제약사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원자재값 인상과 약가인하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신약 개발과 영업활동이 재개되면서 R&D와 판관비 지출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업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는 있지만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