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의 기세가 매섭다. 연이은 히트작으로 글로벌 OTT 1위 넷플릭스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격차를 크게 줄인 데 이어 평균 시청시간을 앞질렀다.
특히 포화상태인 OTT 시장에서 최근 킬러 콘텐츠로 각광받는 스포츠 중계를 더하면서 국내 OTT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흥행 드라마 독점 서비스 주효
24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달 MAU는 731만3279명으로 넷플릭스(1118만3916명)와의 격차를 387만명까지 좁혔다. 올해 초만 해도 두 앱의 MAU는 600만명 이상 벌어진 바 있다. MAU는 한달간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의 대표적인 성장 지표다.
이미 시청시간에서는 티빙이 넷플릭스를 제쳤다. 티빙이 온라인 독점 중계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선업튀)'의 마지막회가 공개된 지난달 28일 티빙앱의 총 사용시간은 250만10시간으로 넷플릭스(240만8179시간)를 추월했다.
모바일 앱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이런 추세는 다른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1인당 평균 시청시간에서도 티빙(12.13시간)이 넷플릭스(9.77시간)를 넘어선 것이다.
선업튀를 비롯해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눈물의 여왕' 등 흥행 드라마를 티빙이 최근 독점 서비스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콘텐츠는 화제성을 몰고 오면서 티빙을 통해 다시보기, 요약본 보기, 몰아보기 등으로 재소비됐다.
대세된 스포츠 중계권…티빙도 통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중계에 뛰어든 것도 신규 이용자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중계를 시작한 올해 3월 티빙 앱을 새로 설치한 인원은 71만2644명으로 전월(46만6350명) 대비 1.5배로 급증했다. 앱 신규 설치 건수도 올해 1~5월 연속 티빙이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자막 오류 등 미숙한 운영이 눈에 띄지만 이용자 유인에는 성공한 셈이다.
스포츠 중계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미국프로축구(MLS)의 글로벌 중계권을 25억달러에 사들였다. 미국프로야구(MLB)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의 독점 중계권 계약도 임박했다.
이용자 감소 등 정체기에 들어선 OTT 업계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스포츠 콘텐츠를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티빙 이외에도 쿠팡플레이가 K리그와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축구 경기를 비롯해 VNL(배구), 데이비스 컵(테니스), 원 챔피언십(격투기), 포뮬러 원(F1·자동차 경주대회)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아우른다.
업계 관계자는 "한층 치열해진 OTT 시장에서 티빙은 파이를 키우기 위해 스포츠 중계 등 새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은 미세한 차이라도 일부 수치에서 넷플릭스를 따라잡았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