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 등 비정형데이터에 대한 규제로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나 배달로봇 등의 상용화가 늦춰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정부가 반박에 나섰다. 가명처리한 영상에 대해서는 이미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쓸 수 있게 법을 개정했고, 원본 영상 또한 활용 가능하게 실증특례 제도로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고낙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신기술개인정보과 과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 내 개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이 자율주행 등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개보법은 2020년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과학적 연구에 쓸 수 있게 허용하는 등 데이터 경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특히 작년 3월에는 자율주행차나 배달로봇, 드론 등이 자율주행 과정에서 영상을 촬영해 보행자 안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설해 첨단 모빌리티 분야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했다.
개보위는 자율주행차나 배달로봇 등이 주행과정에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개보법 제25조의 2를 지난해 9월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공개된 장소에서 업무를 목적으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이용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경우를 구체화했다.
△촬영사실을 명확히 표시했고 △정보주체가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로서 △부당한 권리침해 우려가 없고 △합리적 범위를 초과하지 않은 경우 △불빛이나 소리, 안내판, 서면, 방송 등으로 촬영사실을 표시한 경우 등이다.
다만 이 법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모자이크' 등으로 가명처리한 영상에 한해 AI 연구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라이다 영상 대신 식별이 가능한 카메라 영상으로 구현한다. 개인 식별이 가능해 불특정 다수의 안면인식 등 비정형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데도 중국 정부는 이를 허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산업계에서도 개보법 등 각종 규제를 풀어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율주행이 개보법과 묶이는 것은 주행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쓰이는 라이다와 카메라 등이 보행자들의 얼굴을 촬영, 수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촬영한 비정형 영상데이터는 모자이크 처리 시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데 가치가 떨어진다. 보행자의 얼굴이나 시선 방향 등은 위험 상황을 파악하는 중요한 정보인데 가명 처리된 영상으로 AI 연구개발에 나설 경우 실제 현장에서 오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계는 보행자 얼굴 등에 대한 가명처리 없이 영상 원본을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보위는 자율주행차 등에서 영상의 원본을 사용할 때에도 충분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조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2월부터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제도를 통해 일정한 안전조치 하에 기업의 영상 원본 활용을 허용했다.
고 과장은 "지난달 기준 뉴빌리티, 우아한형제들, 포티투닷, 카카오모빌리티 등 4개 업체가 실증특례를 허가 받아 영상 원본을 자율주행, 배달로봇 알고리즘 개발에 쓰고 있다"며 "샌드박스로 시범 운영을 한 다음에 필요성을 검증해서 상시 허용할 수 있는 법제화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