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너지나, 여왕의 원칙은…

  • 2013.04.02(화) 16:42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왔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의 단골 메뉴였던 공급 확대 전략을 반대로 쓴 것이 눈에 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가격의 문제로 보고, 공급 자체를 줄여 심리적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도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실수요자들에겐 각종 세제 혜택을 줘 집을 살 수 있는 유인을 넓혔다는 점에서 호응을 받는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근본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집 값, 즉 자산 값이 내려가 경제가 어려운 것인지, 경제가 어려워 부동산 값이 떨어진 것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제기다. 경제 위기의 본질을 좀 더 분석하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결국 부동산 '종합 대책'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은 표피적인 대책이라는 시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급 축소'라는 종합 대책의 대표 정책이 이런 비판을 하게 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가격이 내려가 문제이니 공급을 줄여 물건의 희소성을 올리겠다는 교과서적인 쉬운 논리는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해법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 문제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대책이다. 이번 종합대책의 뼈대를 보면, 공급을 줄여 부동산 값이 오를 수 있으니 돈 있는 실수요자들은 집을 좀 사 달라는 것이다. 취득세 면제나 내 집 마련의 의지가 강한 생애 최초 구입자에겐 총 부채 상황비율(DTI) 규제의 일부 완화가 포함된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남의 돈으로 집을 샀다가 혹시 문제가 되더라도 정부가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의지까지 행동으로 옮겼다.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1조 100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은, 그런 못된 희망을 품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자산의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최대 10년 동안 정부가 보증하겠다는 것은 결국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심리를 자극하는 꼴이다.

 

금융의 기본 원칙과 원리가 이렇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금융경제의 선진화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조금은 더디 가더라도 그것이 다수의 이해에 맞는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디 가더라도 원칙은 지켜져야 할 가치가 있다.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원칙은 원칙이 아니고, 이 정책은 다수 국민이 아니라 일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정부를 떠나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있을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불이 나 불길이 여기저기 옮겨붙을 상황에선 기왓장 몇장 더 깨지더라도 물을 확실히 부어야 한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그래서 문제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부터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인지 아닌지, 이에 대한 설명과 양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현오석 신임 경제부총리가 바로 직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서 내놨던 성장률 예상치를 단번에 스스로 뒤집으며 지난 정권의 실정을 드러내는 것은, 마치 이번 대책이 당연하고 정당하게 필요하다는 상황을 보여주려 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추경과 관련된 논의 과정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온갖 곳에서 더 퍼부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들린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상당히 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위기가 깊고 길다면 그만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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