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결국 오너의 문제

  • 2013.05.08(수) 11:04

라면 상무, 빵 회장, 욕설 우유.

 

갑의 횡포로 대표되는 봉건적 기업문화가 창조경제에 태클을 걸고 있다. 상명하복 문화에서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잉태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자며 연일 창조경제를 설파하고 있다. 창조경제 전도사를 자처하는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창조경제는 비옥한 디지털 토양에 과학기술에서 나오는 상상력이라는 씨앗이 뿌려져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위에서 시키는 일은 하지 않고 상상력과 창의력만 발휘하면 잘리기 십상이다. 여전히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조직을 움직이는, 후진적 기업문화를 가진 곳이 수두룩하다. 오너는 주인이고 임원은 마름, 직원은 머슴이라는 봉건시대의 주종관계가 21세기 자본주의에서도 여전히 활발하게 작동중이다.

 

주종관계는 사회 곳곳에서 왜곡된 갑을관계의 폐해를 낳고 있다. 회장이면 회장답게, 임원이면 임원답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딜 가나 회장 행세를 하고 임원 행세를 하는 걸 당연시 한다. 갑은 언제 어디서나 갑이라는 식이다.

 

라면 상무 사태 이후 황은연 포스코 CR본부장은 이번 사건은 창피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포스코 문화 45년간 갑 노릇만 하다가 언젠가 분명히 터질 일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전체 산업체의 임원, 힘주고 있는 부장과 직원에게 교보재를 제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창의적인 글로벌 기업의 기업문화를 100점이라고 할 때 자사 기업문화의 점수는 얼마인지묻는 질문에 59.2점을 줬다. 이렇게 기업문화를 낮게 평가한 이유로 상명하복의 경직된 의사소통체계’(61.8%,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개인보다 조직 전체를 강조하는 분위기’(45.3%)가 그 뒤를 이었다.

 

당신의 직장은 보수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직장인들의 71.5%그렇다고 응답했으며 보수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의 65.5%최고경영자(CEO)의 의식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너 경영은 한국 재벌의 성공요인으로 꼽혀왔다. 오너 경영은 창업자의 뛰어난 기업가정신과 경영 리더십의 지속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짜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오너 경영이 독단과 전횡으로 흐르면 폭주기관차가 된다. 조직은 동맥경화에 빠지고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 건너 간다.

 

결국 오너의 의식과 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창조경제특별위원회 발족식에서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서 우리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조산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산업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를 창조적으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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