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매몰비용을 어찌할꼬!

  • 2013.06.03(월) 08:53

“뉴타운 매몰비용의 국고보조에 대해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조금 문제가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기본적으로 매몰비용은 책임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일방이 다 부담할 수 없고 정부가 일부 보조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의 부담 문제를 놓고 정부가 2년째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뉴타운 조합원들이 사용한 비용을 재정에서 부담할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측면에서는 공공의 성격을 띠지만 기본적으로는 조합원이 자기 집을 짓는 사적인 영역이다.

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이 논란이 된 건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이다. 부동산 활황 때는 재개발 지분 값과 새 아파트 값이 크게 올라 사업을 중단한 곳이 거의 없었다. 돈 없는 세입자와 원주민이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야 하는 문제는 있었지만 대다수 원주민은 추가로 건축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넓은 집으로 옮겨갈 수 있어 콧노래를 불렀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지난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공약을 들고 나온 여당 의원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서울 동작을 선거에 나선 정몽준 의원은 유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한테 뉴타운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가 허위사실로 밝혀져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상황은 급반전된다. 분양가 하락으로 조합원들이 제 주머니를 털어 공사비를 대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렇게 되자 사업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급기야 사업을 포기하는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사용한 비용(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시공사는 조합에 빌려준 추진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연대보증을 선 조합원의 재산을 압류하고, 재산을 압류 당한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다.

서울시는 갈등국면을 풀기위해 조합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을 중단한 곳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거쳐 비용(평균 3억8000만원)의 70%까지 보전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포기한 사업장이다. 이들 구역은 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된 만큼 매몰비용도 크게 불어난 상태다.

서울시는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사에게 공동부담을 지우는 방안을 마련, 정부에 건의했다. 시공사가 조합에 빌려준 자금을 손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골자다. 손비로 처리하면 그만큼 법인세를 감면 받는데, 법인세 감면이라는 당근을 주고 매몰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이 방안이 성사되면 조합원과 시공사가 1차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서울시와 정부가 나서서 일정부분 보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책임 당사자 부담 원칙만을 고수한 채 나 몰라라 내버려두면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 사업 중단으로 버려진 집이 방치되면 도시환경을 해치는 데다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 집이 팔리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원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정책은 타이밍의 미학이라고 한다. 정부는 매몰비용이 더 불어나기 전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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