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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이사장 `혜안있는 CEO` 어디 없나

  • 2013.06.10(월) 11:00

2011년 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독일증권거래소의 합병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전 세계 최대 거래소 탄생이었다. 이들은 2008년에도 합병을 논의했지만 무산됐고 3년만에 결국 국적이 다른 거래소들의 합방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한 사람의 공이 특히 더 작용했다. NYSE를 운영하는 던컨 니더라우어 최고경영자(CEO)의 힘이다. 그는 독일증권거래소와 합병이 무산된 시점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듬해 NYSE 유로넥스트는 그에게 두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증권가 사람이라면 눈치가 빠르지 않아도 새삼 2년전의 이야기를 꺼내드는 기자의 의중을 알 것 같다. 최근 한국 증권업계가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다시 시끄러워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전 세계 거래소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는 가운데 홀로 우두커니 서 있다.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거래소들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또 공공기관에서 곧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맹수들이 가득한 정글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거래소에는 혜안을 갖춘 에이스급 CEO가 절실하다. 그렇지만 그간의 상황은 물론 최근 새로운 CEO 선임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게 실제 마주한 현실이다.

지난달 말 김봉수 이사장의 사임 후 한국거래소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2일까지 지원자를 접수하기로 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고 유력 후보들이 일찌감치 압축됐다.

문제는 유력 후보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우려가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 노조는 물론 후보가 몸담고 있었던 증권사 노조까지 각 후보들이 거래소 이사장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며 반대에 나섰다. 증권사 노조가 전 사장의 거취에 대해 성명서를 내면서 반대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아예 한 후보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왔고 결국 후보 접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부랴부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 중에 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정계 출신의 한 후보는 이사장 하마평에 오르기 전부터 일찌감치 현직에서 물러나는 등 낙하산 인사의 정황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미 한국거래소는 과거에도 CEO 선임을 둘러싸고 수차례 내홍을 겪었다. 2009년 가을 이정환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과 갈등을 빚으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한국거래소의 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이후 MB라인으로 새 이사장직을 맡은 김봉수 이사장 역시 올해 말까지 1년 연장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떤 기업이든 현실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CEO를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거래소 이사장 직에는 각계의 다양한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누가 되든 모두의 환대를 받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보군 압축이 증권업계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보다 관치에 의해 좌우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길이 구만리인 거래소로서는 새 이사장을 맞이하고서도 기존의 'CEO 리스크'를 떨쳐내기 힘들어 보인다.

거래소는 오는 12일까지 후보공모를 마친 후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 심사와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의결, 금융위원장 제청,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쳐 이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거래소 발전을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제대로 된 이사장 입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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