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다시 가야한다

  • 2013.06.11(화) 15:34

우리가 금강산에 가는 까닭이 있습니다/그곳에 가서/우리가 누구인가를/우리 겨레의 날들이 무엇인가를 소리쳐 묻고 싶은 것입니다/그리하여 어제를 뉘우쳐 보내고/아름다운 내일의 얼굴을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고은, 우리들의 금강산)


1998년 11월18일, 동해항에서 금강산 관광객 1418명을 실은 금강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북한의 장전항으로 떠났다. 이렇게 시작된 금강산 관광사업은 10년 동안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남북을 잇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었다.

 

2003년 2월엔 육로관광을 개시하면서 휴전선 철책이 뚫렸고, 2007년엔 개성 관광 길도 열렸다. 남쪽 사람을 보는 북쪽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북한 관광안내원은 남쪽 사람들의 짓궂은 농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길 정도가 됐다.


2008년 7월12일,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에 사망하자 관광을 중단한다. 10년간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 무너졌다. 이후 남북 간에 진상규명, 신변안전보장을 둘러싸고 지리한 공방이 오갔지만 끝내 해법을 찾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투입한 돈은 토지·사업권과 시설투자비 등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이 묶이고 관광 수입이 끊기면서 현대아산은 지난 5년간 53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일감이 사라지면서 임직원의 70%인 700여명이 직장을 잃었다.

 

관광 특수를 누렸던 강원도 고성지역도 지옥을 경험했다. 관광 중단 뒤 400여개의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휴폐업했다. 이에 따른 손실액만 13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자리를 잃고 다른 곳으로 떠난 사람만 3000여명을 헤아린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무엇보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후퇴시켰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남북관계는 MB정부 5년간 뒷걸음질치면서 민주화 정부 10년간의 전진을 모두 까먹었다. 지난 5년 동안 ‘그리운’ 금강산은 ‘잊혀진’ 금강산이 되었으며 통일은 ‘낯익은’ 말에서 ‘낯선’ 단어가 되었다.

 

2013년 6월12일, 남북대화가 재개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이 의제다. 이번에 논의하는 의제는 익히 풀어본 문제다. 남북이 서로 딴죽을 걸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손쉽게 풀 수 있다.

 

15년 전 금강산 관광객의 방북을 승인했던 황하수 전 남북회담본부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관계에 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의 측면이 강하다”며 “남북관계를 위해서라도 관광사업이 재개되고 이를 통해 동력을 회복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북 간에 소모적인 대결은 끝내야 한다. 정파의 이해보다 민족의 이해를 우선해야 한다. 남男은 북女를, 남女는 북男을 만나야 한다.

 

금강산을 바라보는 눈으로/우리 서로를 바라보자/금강산 1만 2천봉을/나도 모르게/너도 모르게/바라보는 눈으로/우리 서로를 바라보자.(고은,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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