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물관리사업 수주가 '4대강 수출?'

  • 2013.06.12(수) 14:50

잔치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건설업계가 경기 침체와 저가 해외건설 수주 탓에 안팎으로 고전하는 터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가 건설사들과 겨뤄 따낸 초대형 수주는 현 단계에서 그야말로 낭보(朗報)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우리 건설사 컨소시엄이 따낸, 해외건설 역사상 5번째 규모인 태국 통합물관리사업 수주 얘기다.
 
이 사업은 태국 정부가 짜오프라야강 8개 유역과 기타 강 17개 유역 등 25곳에서 물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국책 프로젝트다. 2011년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은 태국의 역점사업이다. 우리나라 수공 컨소시엄이 수주한 사업은 방수로와 저류지 공사로 총 6조2000억원 규모라는 게 국토교통부 설명이다.
 
이번 사업 수주를 두고 '4대강 수출 쾌거'라는 식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전 정부에서 이 사업 수주가 '4대강 사업 수출'로 홍보됐기 때문이다. 반면 새 정부의 국토교통부가 낸 이번 보도자료에서는 '4대강'의 '4'자도 언급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감사원, 국정조정실, 검찰까지 나서 4대강의 헛점을 캐는 상황인 때문으로 보인다.
 
의아한 부분은 이 사업이 '4대강 수출'로 포장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치수(治水)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뜯어보면 차이가 있다.
 
MB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목적을 "홍수예방과 안정적인 물 확보, 수질개선 및 국민여가 증진"으로 규정했다. 공사는 이미 댐과 저류지, 방수로 등이 확보돼 있는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16개의 보(洑, 물막이 둑)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파내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이와 비교해 태국 사업은 짜오프라야강 서쪽과 동쪽에 방수로를 짓는 공사(사업비 5조8000억원)와 물 30억톤을 가둘 수 있는 저수지(3800억원)를 만드는 것이다.
 
집을 짓는 것과 비교하자면 태국 사업이 골조공사라면 4대강 사업은 인테리어 공사인 셈이다. 정부도 그 차이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올 초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정조준하면서 태국 사업 수주 우려가 나오자 박민우 건설정책관은 "태국 사업은 물길과 물그릇을 담는 준설과 물관리 기능 위주이며 보를 건설하지 않는다"며 "태국 통합물관리사업과 4대강 사업은 사범 범위가 달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물관리사업 수주는 전 정부가 3년여를 공들인 결과다. 이렇게 수주에 열과 성을 다한 데는 '해외수출'이라는 포장으로 4대강을 백안시하는 국민 여론을 돌려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수출이라는 포장만으로 본질을 가리기는 어렵다. 불도저식 추진으로 불필요한 곳에 공사를 했고, 수질은 오히려 악화됐으며, 사업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담합과 비리가 난무했다는 게 4대강이 받고 있는 혐의다. 초대형 수주라는 타이틀은 포장일 뿐 혐의를 벗겨줄 근거는 되지 못한다.
 
포장보다 중요한 것은 이 초대형 사업이 국내에서처럼 잡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수로와 저류지 건설은 민간 토지 매입과 보상 등 국내에서도 간단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해외건설 분야에서 강조되는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일만 해주고 본전도 못 뽑는 데다 욕까지 먹을 수 있다.
 
특히 환경 문제는 더욱 주도면밀해야 한다. 태국에서 마저 환경 문제가 불거진다면 4대강은, 또 국내 건설업체들은 국제적 망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태국 물관리사업을 대하는 자세는 자화자찬보다 신중함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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