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를 누가 사줄 것인가

  • 2013.08.20(화) 12:31

지난 15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국제 자본거래 동향(TIC)'은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미국 국채시장을 바짝 냉각시키기에 충분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올해 중 양적완화를 줄이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던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 해외 민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상 최대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투자자들이 각각 200억 달러 이상씩 투매함으로써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잔액은 한 달 사이에 565억 달러나 급감했다.

 

그보다 앞서 미국 국채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5월에는 해외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들이 513억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내던진 바 있다. 연준이 매달 사들이는 것(450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국채를 외국인들이 투매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미국 국채 투매는 외환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발표가 나오자 달러화는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기존의 'QE축소 = 금리상승 = 달러강세' 등식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시장에서 탈출하고 있다면 달러화가 약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결국 해묵은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누가 미국의 국채를 사줄 것인가. 누가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 줄 것인가.

 


미국 연준의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 11조7000억 달러 가운데 48.6%에 해당하는 5조7000억 달러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에만 해도 외국인은 미국 국채의 32.2%를 보유한데 그쳤으나 이후 보유비중이 꾸준히 확대돼 이제 절반 안팎에 이르렀다.

 

외국인의 미국 국채보유가 급증한 것은 엄청난 규모로 쏟아져 나간 달러화가 미국으로 되돌아 왔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이뤄졌다.

 

1. 미국정부의 부양적인 거시경제 정책으로 경상수지 적자 확대되자 해외의 교역 상대국에는 막대한 경상흑자가 쌓였다.

 

2. 연준의 통화부양책으로 인해 넘쳐나게 된 달러 유동성 역시 해외로 대거 흘러 들어갔다.

 

3.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흑자국의 중앙은행들은 경상과 금융계정으로 유입된 대규모 외화를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쌓아 나갔다. 자국통화가 과도하게 절상돼 수출경제가 위축될 위험이 있었고, 혹시 모를 외환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방벽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돈 가운데 상당부분이 미국 국채 매입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서 지난 2000년 20%에 불과하던 해외 공공기관의 미국 국채 보유비중은 지난 1분기말 들어 35%로까지 급등했다. 금액으로는 지난 2000년 6400억 달러에서 지난 3월말에는 4조600억 달러로 6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민간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액도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 2000년 3800억 달러 수준에서 이제는 1조6400억 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미국 국채 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서 14%로 높아졌다.

 


지난 6월까지 석 달 연속, 특히 5,6월 두 달 째 이어진 외국인들의 미국 국채 투매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종료 발표에 따른 것이다. 연준이 미국 국채를 더 이상 사들이지 않는다면 미국 국채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파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 국채시장은 연준의 매입 축소/중단과 외국인의 매도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게 됐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올 미국의 신규발행 국채는 물론이고 기존에 유통되던 국채조차도 인수해줄 주체가 마땅치 않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우려로 인한 가격하락은 국채매도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위험이 있다.

 

게다가 미국 금리 급등으로 인해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이 외환위기의 목전으로까지 몰리고 있는데, 압박이 심화되면 이들 나라는 미국 국채를 팔아 환율을 방어하는 선택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외국인 이탈에 따른 공백을 충격 없이 메우기 위해서는 연준은 오히려 QE를 확대해야 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여 없앨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데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돼 온 QE로 인해 금융시장의 과도한 위험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시중에 풀리는 초과 유동성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어 나중에 회수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연준으로서는 미국 국채 가격의 급격한 추락을 막아야 하며, 일정 수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시장에 형성해야 하는 긴박한 사정에 처했다. 당장은 "제로금리를 장기간 제공할 것"이라는 약속으로 시장을 무마했으나, 최근에는 그 약발조차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재정수지와 함께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적자가 줄어들면 미 국채시장의 외국인 의존도 역시 장기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연준의 QE 축소/종료 계획도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수지개선을 반영한 것이나, 현재는 정책전환 과도기의 마찰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국채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고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단기 마찰적 요인으로 인한 과도한 변동은 시장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교정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마찰요인들이 연준 의장 교체기에 따른 리더십 공백과 올 가을 예정된 미국 정치권의 재정정책 대립과 맞물릴 경우에는 미국 국채시장을 자칫 통제 불가능한 소용돌이로 내몰 위험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 가을 찬바람 부는 시기를 미리 잘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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