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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5년 단임제를 다시 본다

  • 2013.08.29(목) 17:52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29일엔 정책금융공사의 진영욱 사장까지 나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진 사장의 지적은 하나 틀린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발언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사정을 뻔히 모를만한 위치의 인물도 아니기 때문에….

진 사장은 ‘정책금융이 뭔지 알기나 하고서 칼을 들이댔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사실, 뭔가 그럴듯한 단어를 찾자니 ‘정책금융’이지, 무슨 큰 뜻이 있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금융 위기의 시대다. 시중에 돈은 넘치지만 돌지는 않는다. 기업과 가계 모두 있는 돈을 짧게 짧게 움직이면서 눈치만 본다. 단기 부동화다. 잔뜩 웅크리고만 있는 형국이다.

이런 국면에서 정부는 항상 자신의 앞으로 총알을 모아놓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래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위기 때 진두지휘를 할 수 있다. 흔히 개발도상국에서 각종 공기업을 민영화하지 못하는 이유다. 섣불리 민영화하면 나중에 통제가 안 된다는 불안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훨씬 전부터 진행한 IBK기업은행의 민영화도 애매하게 처리했다. 포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다음 상황이 도래할 때까지 추가로 진행하는 일도 없다. 경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이번 정책금융 개편안의 궁색함을 채울 방법은 별로 없다.

진 사장이 이런 정부의 속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도 뼛속 깊이 공무원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사실 이번 개편안을 입안한 정책 당국자 중 이 정책이 정말로 이 나라의 금융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관계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그저 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그랬고 그렇게 시키니까 한 것이 아니던가?

공무원은 흔히 영혼이 없다고 한다. 그 좋은 머리로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왜 영혼이 없겠는가? 그만큼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서의 ‘공약’은 무서운 힘을 가진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공약이라면 그것을 뒷받침할 논리를 만들고 부작용 없이 집행할 의무만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정부의 공무원들을 탓할 일도 아니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널려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만든 공무원들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내뱉어진 복지 공약이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입시 정책을 보며 ‘백년지계 교육정책은 어디 갔는가’라며 한탄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기업이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결실을 보기까지 보통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장수 은행장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은행 경영자들이 자주 하는 얘기다. 대체로 10년 정도 CEO가 유지된 은행들이 지금 우리나라 은행산업에서도 리딩뱅크로 당당히 서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업의 경영보다 더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이 나라 경영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치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다. 대통령의 권위와 힘은 5년 임기의 절반인 2년 반만 지나면 사실상 사라진다. ‘예측 가능한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국민과 경영인들은 하소연하지만, 애초에 그럴 만한 정치 시스템은 없는지도 모른다.

군사 독재에 따른 반작용으로 탄생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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