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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응답하라! 공중전화

  • 2013.10.16(수) 07:46

#1978년 봄 강원도 삼척 시골마을 전방(구멍가게)에 전화가 들어왔다. 전방은 전화취급소로 공중전화 부스 역할을 했다.

 

당시 전화는 다이얼이 아니라 손잡이를 돌리는 방식이었는데 손잡이를 돌리면 교환원이 나오고 교환원에게 전화번호를 불러주면 얼마 후 연결해 줬다. 전화요금은 시간거리 비례제로 서울은 기본통화료가 소주 1병 값과 맞먹었다.

 

#1980년대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공중전화 부스는 언제나 붐볐다. 적어도 30분은 줄을 서야 차례가 왔다. 뒷사람 눈총 때문에 장시간 통화는 생각조차 못했다.

 

철가방 같은 DDD(direct distance dialing)가 보급되면서 시외통화도 가능해졌다. 시골서 유학 온 학생들은 DDD로 부모님에게 하숙비며 용돈 타령을 했다. 가수 김혜림이 부른 디디디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1990년대 중반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56만대를 헤아리던 공중전화는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용률이 급감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사용중인 공중전화는 7만6783대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이용자가 1명도 없는 전화가 200여대에 달해 매달 500대 가량씩 퇴출되고 있다.

 

공중전화 감소보다 이용률 감소세가 더 빨라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적자만 1701억원에 달한다. 매년 340억원꼴이다.


#공중전화는 KT자회사인 KT링커스가 운영하지만 보편적 역무(서비스)여서 손실은 연매출 300억원 이상인 통신업체 21곳이 나눠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장 많이 부담하고 KT, LG유플러스도 상당액을 낸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이 부담하는 공중전화 손실 비용은 어떤 형태로든 통신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집전화와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공중전화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공중전화는 휴대폰 보급대수가 인구수보다 많은 5000만대를 넘어서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아예 없앨 수는 없다. 빈곤층이나 군인,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공중전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화재 등 재난사고로 무선망이 망가질 경우 비상용으로 쓸 수 있는 유선망이 필요한 것도 존재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공중전화 설치를 최적화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곳에만 남겨두자는 얘기다. 전화사용량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금방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공중전화를 공익사업에서 수익사업으로 전환하는 대신 빈곤층에게는 통신바우처를 지급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사양길로 접어든 공중전화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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