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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동양의 '숨은 실세'인가 '왕따'인가?

  • 2013.10.16(수) 11:44

15일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가 200자 원고지 61매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김 대표는 동양그룹의 '숨은 실세'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38살의 젊은 나이에 단숨에 동양네크웍스 대표이사에 올라 그룹을 쥐락펴락했다는 게 소문의 대강입니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로 빚을 돌려막다가 결국 법정관리 신청으로 파국을 맞은 동양그룹 상황과 맞아떨어져,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동양그룹에 대한 국민감사와 검찰의 압수수색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15일, 결국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동양그룹의 숨은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김철(왼쪽)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진= 강원대).


 

김철 대표가 언론을 통해 처음 이름이 나온 것은 이달 2일입니다. 직전일에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갈 때입니다. 머니투데이는 2일 '동양 75년생 예술학도에 구조조정 맡겼다'는 기사를 통해 “동양그룹이 자금난으로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 자산 매각 등 주요 구조조정을 경력이 베일에 가려진 30대 대표이사에게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를 보도합니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 말을 토대로 작성된 이 기사는 동양그룹 인수합병(M&A)이 그의 개입으로 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7일 한겨레신문의 후속 보도는 더 나아갔습니다. '동양그룹 몰락 뒤엔 숨은 경영자 김철이 있다'는 기사와 함께 김철 대표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중퇴한 뒤 이 부회장의 눈에 띄어 2008년 그룹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세간을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동양그룹의 `숨은 실세` 김철 대표는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언론 인터뷰와 그가 직접 낸 보도자료를 종합해보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학력입니다. 그는 한예종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최종학력은 한예종 중퇴입니다. 명문대를 나와야만 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앉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예술학도가 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만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한예종 출신이라는 게 그에게도 부담이었나 봅니다. 김 대표는 “저는 부끄럽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 학벌 좋고 능력 좋은 분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나서기도 부끄러웠고 어딘가 기사라도 뜨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습니다”(15일 보도자료)고 말했습니다. 그는 ‘배운 바는 짧지만’, ‘저같은 장사꾼이’ 등의 표현을 자주 쓰며, 학력 콤플렉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대신 그는 사업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일찍이 원룸오피스를 얻어 직원 2명을 두고 벤처의 꿈을 키웠다. 2008년엔 솔본미디어 대표이사를 1년간 맡았다. 이후 5000만원을 들여 구매시스템을 개발했고, 강남구청에서 자본금 1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2010년엔 이혜경 부회장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통장을 받아 주식회사 미러스를 설립했고, 2012년 동양네트웍스와 합병했다.’ 간단히 정리한 그의 사업 이력입니다.

 

한예종 중퇴이후 대표이사에 바로 오르고, 본인의 회사를 차려 대기업 오너에게 거액을 투자받은 것만 봐도 대단한 사업 수완입니다. 할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억울하게 상표분쟁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사업 대신 정치를 택하신 것을 평생 아쉬워하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듣고, 저는 할아버지의 꿈을 다시 이루고 싶어서 어린 시절부터 사업의 꿈을 키웠습니다.”(15일 보도자료). 씀씀이도 꽤 컸나봅니다. 그는 “젊은 놈이 호기심이 많아 소비가 좀 많다”고 스스로를 표현했습니다.

동양과의 첫 인연은 2008년입니다. 그가 솔본미디어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계열사인 포커스신문사 주최 행사에서 이혜경 부회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 부회장이 동양그룹 입사를 추천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그는 이 부회장의 부탁을 거절하고 유학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대한 업무와 다양한 숙제 때문에 수개월 후 자연스럽게 동양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서울 성북동 현재현 회장 자택.


왜 이혜경 부회장은 단박에 김철이란 인물에게 끌렸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기를 먼저봐야할 듯합니다. 2008년 이 부회장은 그룹의 CDO(Chief Design Officer)를 맡으며,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김철 대표에게 ‘디자인 경영’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양그룹은 창업자 이양구 회장의 맏딸 이혜경 부회장과 결혼한 현재현 회장이 주도했습니다. 현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입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기사인 '동양그룹 붕괴 뒤에는 오너 일가의 알력 다툼 있었다'가 미묘한 변화의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30년간 뒷바라지만 하던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이 그의 남편인 현 회장과의 지분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990년대 이 부회장과 창업주의 부인 이남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그룹 지분율이 높아 사위인 현 회장에게 경영을 전담시켰지만, 2000년 이후 동양이 금융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현 회장이 이 부회장을 제치고 1대주주에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한 집안의 속사정까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현재현 회장과 김철 대표의 관계는 어땠을 까요? 위의 조선일보 기사가 사실이라면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일겁니다. 김 대표는 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더 큰 오해는 현재현 회장님은 저를 최측근으로 대하신 것이 아닙니다. 철없는 젊은 대표에게 관대하신 것도 사실이고 조금 부족한 일에도 응원을 보내 주신건 사실이지만 저는 그분들을 대변할만한 위치도 능력도 갖지 못했습니다”고 표현했습니다. 일정한 거리는 있었지만, 서로 견제하는 관계는 아니였다는 얘기입니다.

현재현(오른쪽) 동양그룹 회장 옆에 서 있는 이혜경 부회장.(사진 = 동양증권)


하지만 김 대표는 동양그룹의 기존 임원과는 충돌했나 봅니다. “내가 내부에 적이 많다. 예전에 구매총괄본부장을 할 때 여러 임원들과 갈등이 많았다”(한겨레와 7일 인터뷰), “그룹 내부 실세라는 설에 대해서는 다른 임원과의 갈등으로 인해 생긴 오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구매총괄본부장을 하면서 구매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의 의견충돌 때문인 것으로 와전된 것”(8일 김철 대표 보도자료) 등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을 등에 업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예술학도 출신 대표이사와 기존 임원들의 ‘파워 게임’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김철 대표는 한 발 더 나가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실패를 현재현 회장과 그룹 구조조정 세력에게 돌리기도 합니다.

 

“동양그룹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계획과 실행은 현 회장과 전략기획본부에서 이뤄졌다. 현재 동양그룹의 사장단들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기업어음(CP) 문제가 있었다. 지금 사장단들은 그저 현장을 돌아보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말 그대로 사장일 뿐이다. 이 모든 정책을 만들고 운영한 분들이 아마 보이지않는 손이거나 구조조정의 실세들일 것이다. 동양생명을 매각하거나 동양시멘트를 우회상장하고 다시 물적분할 하거나 그룹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말 그대로 동양그룹의 구조조정업무에 저 같은 그저 장사꾼이 절대로 개입할 수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현 회장의 경영성과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10여년전부터 기형적인 지배구조와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무리한 대출,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금융제도에 따른 부적응 등 구조조정의 시행착오가 보입니다. 특히 그 당시 금융지주회사를 꿈꾸던 금융계열사와 사양산업이라 천대받던 제조계열사들의 보이지 않는 힘싸움 역시 오늘날의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이혜경 부회장과 김철 대표, 현재현 회장과 그룹 임원들. 동양그룹에 이 두 개의 라인이 있었다는 것을 추정해볼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김철 대표는 이 부회장의 ‘숨의 실세’일 수도 있고, 동양그룹의 '왕따'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런 ‘힘 싸움’에 밀려 동양그룹이 구조조정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버린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김철 대표가 동양사태의 책임을 현 회장과 그룹의 임원들에게 돌렸지만, 그에게도 책임은 분명 있습니다. 그는 구조조정으로 진행됐던 웨스트파인 골프장과 동양매직, 동양네트웍스 IT사업부 매각을 반대했습니다. 동양그룹이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리는데 일조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 피해는 동양을 믿고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내일(17일)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에 투자했다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된 이들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전세보증금, 결혼자금, 암보험금 등을 동양 회사채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절규만 들리는 쓸쓸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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