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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 뿌린 밥 먹어봤나요?

  • 2013.10.18(금) 15:35

밥에 금가루를 뿌려 먹는다면,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까? 아니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먹는 것 같고 별 짓 다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까? 하기는 생선회나 술에다 금박가루를 뿌려 먹는 세상이니 밥에다 금가루 뿌리지 못할 것도 없겠다.

금가루 뿌린 밥은 7세기 초, 수나라 양제가 좋아했다는 밥이다. 황제에 오른 후 중국 강남을 순시할 때 먹어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에게 살수대첩에서 혼이 난 유명한 폭군으로 사치가 극에 달했던 인물이었으니 충분히 밥에다 금가루 뿌려서 먹는 호사를 누렸을 것도 같다. 하지만 금가루 뿌린 밥은 수양제뿐만 아니라 필자도 먹어봤고 십중팔구 독자들도 먹어 봤다고 장담한다.

왜냐하면 금가루 뿌린 밥은 특별한 요리가 아니라 바로 계란 볶음밥이기 때문이다. 밥을 볶을 때 계란 노른자와 기름으로 코팅이 된 밥알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고 해서 볶음밥을 부술 쇄(碎), 금 금(金), 밥 반(飯)자를 써서 쇄금반(碎金飯)이라고 불렀다.

볶음밥 하나 놓고 호들갑을 떨었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는데 사실 볶음밥, 그 중에서도 계란 볶음밥은 6세기 무렵, 농업서인 『제민요술』에까지 기록된 유서 깊은 뼈대 있는 요리다.

세상의 많고 많은 계란 볶음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볶음밥은 지금의 중국 장쑤성 양저우(揚州) 볶음밥인데 수양제가 강남을 돌아볼 때 먹어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금가루 뿌린 밥이 바로 이 양저우에서 맛본 볶음밥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중국 음식점에서 흔히 먹는 계란 볶음밥의 원조 역시 바로 이 양저우 볶음밥인데 지금은 세계 곳곳의 중국집에 대부분 퍼져있다. 때문에 지금도 중국에서는 양저우를 볶음밥의 고향이라고 부르면서 양저우 볶음밥을 최고로 꼽는다.

솔직히 볶음밥이 맛있어 봤자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지만 중국 현지에서 잘 볶은 양저우 볶음밥을 먹어보면 정말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맛 또한 평소 먹는 볶음밥보다는 더 특별한 풍미가 있다. 속된 표현으로 '대륙 뻥'이라고 부를 만큼 과장법을 즐겨 쓰는 중국이지만 금가루를 뿌린 쇄금반이라는 문학적 표현만큼이나 독특한 맛이 있다.

덧붙이자면 중국에서 양저우 볶음밥 만큼이나 또 유명한 볶음밥이 푸젠(福建) 볶음밥이다. 양저우 볶음밥을 기반으로 한 걸음 더 발전시켰다는 푸젠 볶음밥은 밥을 볶은 후에 다시 버섯이나 조개 등의 각종 재료로 만든 소스를 끼얹어 죽처럼 질척하게 먹는 볶음밥이다. 볶음밥은 분명 볶음밥이지만 마치 죽을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밥으로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볶음밥과는 확실하게 다른 풍미를 맛볼 수 있다.

4세기 무렵, 중국 진나라 때 재상을 지낸 하증은 한 끼 밥상에 일만 냥을 들이고서도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것이 없다면 불평을 늘어놓았던 인물이다. 만두를 삶을 때 반죽에 발효를 잘 시켜 만두에 열 십(十)자가 생기지 않으면 먹지를 않았다고 하는데 만 냥을 들이고도 먹을 만한 것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호사인지, 아니면 계란 볶음밥 한 그릇을 놓고도 금가루를 뿌린 밥이라며 즐겁게 먹는 것이 진짜 호사인지…. 정답이야 뻔히 알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 보면 실천은 정말 쉽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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