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은 뒷전..정부의 구글 편애?

  • 2013.10.31(목) 10:43

미국 검색업체 구글은 한국이 가장 호감 가는 나라일 것이다. 구글은 삼성·LG전자 등 국내 제조사 덕에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80% 달하는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의 '영혼'이라 할 OS를 만들었을 뿐인데 협력사를 잘 만나 모바일의 패권을 움켜쥐고 있다.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도 한류 열풍이 고마울 것이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지난해 7월 유튜브에 올라온 이후 최근 조회수 18억건을 돌파했다.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케이팝(k-pop)이나 한국 드라마는 세계인이 즐겨보는 콘텐츠다. 탄력을 받았는지 유튜브는 연말부터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구글을 편애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한글박물관에 설치될 한글 교육프로그램 등을 구글과 함께 개발 및 홍보하기로 했다. 한글박물관은 정부가 용산에 짓고 있는 세계최초의 문자박물관이다.

 

정부는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구글을 파트너로 삼았다는데 반갑기 보다 걱정된다. 이곳에는 국가기관이나 민간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 고문헌 자료가 고스란히 모일 예정이다. 보물급 자료가 구글 검색을 타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구글에 내어주는 콘텐츠가 일부에 불과하고 이 콘텐츠를 다른 공공기관에 동시에 공개할 것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업체에 공공시설물의 자료 접근을 쉽게 해준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구글과 어느 선까지 사업을 할지도 불분명하다. 구글은 한글박물관 내에 설치될 교육체험실이나 웹프로그램 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로 주고받는게 뭔지 투명하지 않다. 자칫 정보 주권을 해외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하다.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검색업체가 멀쩡히 있는데 굳이 해외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다. 검색서비스는 말과 글을 기반으로 한다. 토종 검색업체가 그 나라 문자를 가장 잘 다룰 줄 안다. 세계적인 구글이 국내 검색 시장에서 유독 약한 이유는 한글에 대한 이해 능력이 네이버, 다음에 못 미쳐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한글박물관 사업을 벌일 때 국내 업체들에 같이 하자고 제안하지도 않았다. 구글에만 손을 내민 것이다. 구글이 해외에서 워낙 잘 알려진 검색이다 보니 한류를 더 잘 알리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은 엄연히 국내 업체들과 검색 시장에서 경쟁하는 곳이다. 이참에 구글은 정부 덕에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혜택을 입은 것이다.

 

이전부터 우리 정부와 구글은 이상하리만큼 돈독한 관계를 맺어 오고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산업자원부와 코트라(KOTRA)는 강남에 구글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했는데 채용인력 연봉의 80%를 대신 지급키로 하는 등 막대한 지원을 해 ‘퍼주기’란 지적을 받았다. 그러다 구글은 성과를 내지 못하자 3년 후인 2009년에 센터 상당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서운하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가뜩이나 여당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고 있는데 산업 진흥부처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외국 기업만 챙겨니 말이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기분일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나 게임 셧다운제, 광고와 정보 구분표시 등 과도한 규제는 기업들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페이스북보다 앞서 인맥구축서비스(SNS) 성공 사례를 보인 싸이월드는 시들해진지 오래고, 포털 파란은 몇년전 소리없이 사업을 접었다. '아고라'로 부상했던 다음은 정치권 공세 탓에 숨죽여 지내고 있다. 그나마 네이버가 시장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으나 새로운 사업 영역인 모바일에선 힘이 부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9월 모바일검색 시장 점유율에서 구글은 다음을 제치고 2위까지 올라왔다. 토종 인터넷은 말라죽고 바깥 기업만 배 불린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안을 홀대하고 밖을 우대하면 경제가 메말라갈 수 있다. 사이버 상의 정보주권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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