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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과 반기업정서

  • 2014.02.04(화) 12:53

‘형제의 난’은 단연 뉴스거리다. 옛날부터 싸움 구경, 불 구경, 물 구경을 3대 구경거리라고 했다.

 

싸움 중에서도 골육 간의 싸움, 특히 재벌가 형제간의 싸움은 더욱 흥미를 끈다.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의 심중에는 ‘있는 놈들끼리 박 터져봐라’ 하는 쌤통심리와 ‘금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도 별 수 없구만...’ 하는 동류의식이 스멀스멀 기어다닌다. 이런 심리의 바탕에는 냉소가 깔려있다. 혀를 끌끌 차면서 지켜보는 것이다.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골육 간의 싸움이 잊혀질만하면 터지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싸울만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십중팔구는 재산다툼이다. 대개 내 몫 네 몫이 공평하지 않다는 게 발단이 된다.

 

어제(3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서류를 훔친 혐의로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 인사를 고소했다.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가 금호그룹 내 용역 보안직원을 구워삶아 박삼구 회장의 일정 서류 등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두 형제간 갈등은 2009년 대우건설 인수 후폭풍으로 그룹이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불거졌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호석유화학의 분리를 추진했고, 박삼구 회장은 본인과 박찬구 회장의 동반 퇴진 카드로 맞대응했다.

 

삼성가도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장남 이맹희 CJ명예회장 측과 3남 이건희 삼성 회장 측이 소송중이다. 삼성 측(이건희 회장)이 1심에서 이겼으나 이맹희 명예회장이 항소해 선고(6일)를 앞두고 있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선친(이병철 삼성 창업주)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회장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50만주 중 각하(却下)한 부분은 법률적 권리행사 기간인 10년이 경과돼 부적법하고, 나머지 주식과 배당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기각(棄却)했다”고 설명했다.

 

인화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혀온 두산가 역시 지난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이 자신의 동생(박용성 회장 등)들이 1700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박용성 회장은 형에 대해 ‘가족경영 원칙을 훼손한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형이 회장으로 있으면서 저지른 분식회계가 2800억원에 달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재벌 기업 가운데 형제간, 부자간 갈등을 겪지 않은 곳은 범LG계열(GS그룹 포함)이 거의 유일하다. 구씨와 허씨 두 대주주 가문의 동업이라는 특유의 경영 체제를 유지하다 GS(허씨), LS(구인회 창업주 동생들 태회·평회·두회), LIG(구인회 창업주 첫째 동생 구철회) 등으로 분가했다. 이들은 인화와 겸양, 유교적 가풍에 의한 위계질서, 재산 분배 비율 지키기 등으로 잡음을 없앴다.

 

모든 재벌이 범LG계열처럼 아름다운 상속과 분가를 할 수는 없다. 다툴 일이 더 많다. 그리고 다툴 일이 있으면 다퉈야 한다. 다만, 그 결과가 임직원과 주주에게 득이 돼야 한다. 재벌 형제들의 재산 다툼이 이전투구가 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커진다. 혀만 차는 게 아니라 침을 뱉을지도 모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업호감지수는 100점 만점에 51.1점을 기록해 상반기(48.5점)보다 개선됐지만 반기업정서는 66.5%에서 70.2%로 되레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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