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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 치킨은 미국 흑인의 소울푸드

  • 2014.02.14(금) 08:31

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 그리고 그 변형인 양념 치킨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야식 중 하나다. 요즘은 특히 소치 동계올림픽 덕분에 더욱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후라이드 치킨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음식일까?

후라이드 치킨은 미국 흑인의 소울푸드(soul food)였다. 흑인노예가 부르던 절망의 노래가 지금의 소울음악으로 발전한 것처럼 남부 흑인 노예의 고달픈 삶과 인생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먹는 닭튀김에 불과하지만 내력을 알고 보면 배경이 꽤나 복잡하다. 스코틀랜드 음식을 미국 남부의 흑인노예들이 발전시킨 것으로 노예제도, 인종차별, 미국 남부의 산업발달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미국 개척 당시 동북부는 주로 잉글랜드 출신이, 그리고 남부는 스코틀랜드 출신이 자리 잡았다. 때문에 닭고기도 영국 고향에서 먹었던 것처럼 북부는 주로 통닭구이, 남부는 닭튀김 요리를 즐겼다.

미국에 노예제도가 시작되면서 스코틀랜드 닭튀김에 흑인의 솜씨가 더해진다. 부엌은 흑인 하인들의 담당이었고 이들은 백인 농장주인의 요리법에 따라 닭고기를 튀기고, 주인이 먹지 않고 버린 닭 날개와 닭발, 목 등을 모아 튀긴 후 집으로 가져가 아이들에게 먹였다.

당시 흑인노예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던 고기는 닭고기 밖에 없었다. 농장은 커녕 자기 소유의 작물조차 없었던 흑인 노예들은 소나 돼지를 기를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닭만큼은 농장주인의 허락을 받아 키울 수 있었다. 때문에 흑인노예들은 쉬는 날이면 자신들이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정성껏  튀긴 후 가족과 함께 후라이드 치킨을 먹었다.

후라이드 치킨이 흑인들 사이에서 발전한 다른 이유는 튀김요리의 특성 때문이다. 기름에 튀기면 식재료의 독특한 냄새를 없앨 수 있어 싸구려 식재료로 조리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칼로리가 높아 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했던 흑인 노동자들이 좋아했다.

또 한 가지, 미국 남부에서 닭고기를 튀기는 후라이드 치킨이 발달한 배경으로 닭과는 전혀 관계조차 없을 것 같은 돼지사육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남부에 대규모 농장이 발달하면서 다량의 농업부산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돼지사료가 풍부해졌고 결과적으로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 남부에서 양돈업이 크게 발달했다. 그리고 라드(Lard)라고 하는 돼지기름도 대량으로 생산이 된다.

유럽의 전통 튀김요리는 우리나라에서 전을 부치는 것처럼 냄비나 후라이 팬에다 기름을 넉넉하게 붓고 지지거나 튀기는 방식이었다. 값비싼 기름을 많이 쓸 수 없었기에 생선에서부터 채소, 소고기, 돼지고기까지 대부분의 재료를 이렇게 튀겼는데 이런 튀김요리를 프리터(Fritter)라고 한다. 로마시대부터 발달했던 조리법이었다.

그런데 남부에서 양돈업의 발달로 돼지기름, 라드가 풍부해지면서 새롭게 튀기는 방식이 등장했다. 끓는 기름에 음식재료를 푹 담갔다가 순간적으로 고온에 튀겨내는 딥 후라이드(deep-fried) 방식이다.

연한 닭고기를 순간적으로 바삭하게 튀겨 내면서 가난한 흑인들이 주로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이 백인들도 즐겨먹는 음식이 됐고, 20세기 중반부터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로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퍼졌다. 후라이드 치킨을 미국 흑인들의 소울푸드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후라이드 치킨 하나에 도 꽤 복잡한 사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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