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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로 뒤범벅된 '창조경제'

  • 2014.02.25(화) 17:21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분야 국정 목표로 지난해 싹을 틔워 올해부터 결실을 맺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5일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이를 실천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밑그림의 성격이 짙다. 새해 벽두부터 꺼낸 화두였는데 대통령 취임1주년을 맞아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군사정부 시절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케 하는 제목부터 구닥다리 느낌을 풍겼지만, 대국민 담화문 방식이나 내용에서도 참신하고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없었다. 생동감 없이 똑같은 포맷에 일렬로 나열된 과제들은 창조경제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으로 비쳐졌다. 

 

대통령이 임기 내내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3대 핵심전략(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을 밑그림으로 내세워 세부 과제들로 구성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분야별로 10개씩 30개의 실행과제들을 내놨는데, 그 중에서도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는 앞으로 과제를 만든다는 것이 과제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젝트는 7대 중점분야(농축수산식품, 소상공업창업, 문화관광, 주력 전통산업, 보건의료, 교육학습, 재난안전SOC)를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매년 30~50개의 과제를 선정해 3년간 120개 과제를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일 경제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기획재정부는 5대 정책과제(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수립 및 차질없는 추진, 공공기관의 정상화, 조세의 효율성·공평성 실현, 재정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보고했다.

 

정책과제 자체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과제와 계획이 뒤죽박죽이다.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은 또 과제가 되고, 내용은 너무나도 당연한 슬로건 수준에 그쳤다.

 

과제의 홍수는 부처별로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경제부처에는 '4대 과제'가 유행처럼 퍼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신제윤 위원장 취임 이후부터 4대 금융현안 과제(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신설,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4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민이 공감하는 4대 분야(역외탈세, 고소득 자영업자, 대기업·대재산가, 가짜석유·무자료 거래 등 민생침해 사범)에 세정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고, 관세청도 4대 고위험분야(고세율 품목, 농수축산물, 과다환급 우려업종, 다국적기업)에 관세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업무보고에서 5대 과제(비정상적 거래 관행 시정, 혁신 친화적 시장 환경 조성, 민생분야 법집행 강화, 경제민주화 체감 성과 구현, 경쟁법 글로벌화)를 내놨고, 4대 핵심 불공정 하도급행위(부당 단가인하, 기술유용, 부당발주취소, 부당반품)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여론 수렴이나 입법예고 과정이 아니라, 일단 과제부터 선정하는 것이 경제부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경제 주체별로 살아 숨쉬는 정책이라기보단, 부처별로 앞다퉈 숙제를 만들어 보고하고 뒤늦게 처리하는 인상을 준다.

 

창조경제가 부처별 숙제 만들기로 변질될수록 국민과의 소통이나 공감은 멀어진다. 경제부처가 쏟아내고 있는 과제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청와대 보고용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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