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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만드는 여자, 고디바 부인

  • 2014.05.02(금) 08:59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레이디 고디바(Godiva)도 알겠다. 고급 초콜릿 상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디바는 사실 11세기에 살았던 영국 백작부인의 이름이다. 초콜릿으로 유명해진 것은 벨기에의 초콜릿 회사가 자기네 상표로 삼았기 때문인데 그만큼 의미 있는 인물이었기에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

고디바는 어떤 여자였을까? 한 마디로 레이디(lady)였다. 백작부인이었으니 호칭이야 당연히 레이디였지만 요조숙녀를 뛰어 넘는 진정한 의미의 레이디였다.

고디바의 남편은 중세 영국의 레오프릭 백작이다. 자신의 농자를 빌어 농사를 짓는 농노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세금을 부과해 원성이 자자했다. 농민들의 불쌍한 처지를 본 고디바 부인이 남편에게 세금을 줄여주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계속되는 부인의 간청에 귀찮아진 남편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부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농민들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거절할 줄 알았던 부인이 선뜻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에게 모두 집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은 물론 창문을 꼭 닫고 밖을 내다보지도 말라고 당부한 후 긴 머리카락으로 알몸을 가린 채 나체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남편은 약속대로 세금을 줄였고 고디바 부인은 진정한 '레이디'의 표상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은 것은 물론 전설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삐딱한 사람은 꼭 있다. 고디바 부인이 나체로 마을을 다닐 때 톰이라는 청년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부인의 알몸을 몰래 훔쳐봤다. 훔쳐본다는 뜻의 영어 숙어 'peeping Tom'의 유래가 여기서 비롯됐다는데 약속을 어긴 톰은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고 장님이 됐다고 한다.

훔쳐보는 청년 톰의 이야기는 진짜일까? 영어 어원사전에는 고디바 부인이 사망한 해가 1067년, 고디바 부인의 전설이 문헌에 실린 것은 100년 후, 고디바와 연결된 청년 톰의 이야기는 18 세기에 보인다니까 어쨌든 전설일 뿐이다.

그런데 고디바 부인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왜 진정한 레이디의 표상이라고 하는 것일까? 레이디는 정숙한 여인인 숙녀이고, 또 귀족인 Lord의 부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레이디의 어원을 보면 뜻이 엉뚱하다. 고대 영어 흘라프디게(Hlafdige)에서 비롯된 단어로 흘라프는 빵, 음식이라는 뜻이고 디게는 일하는 여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빵 만드는 여자, 음식 만드는 여자가 바로 레이디다.

집에서 가족을 위해 음식 만드는 어머니의 역할이 바로 레이디인데 왜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됐을까? 남편인 귀족과 관련이 있다. 귀족, 영주, 지도자라는 뜻의 로드(lord) 역시 어원이 고대 영어 흘라프베아르트(Hlafweard)다. 흘라프는 앞서 말한 것처럼 빵, 음식이라는 뜻이고 베아르트는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지도자란 바로 빵을 지키는 사람이다.

정리하자면 가족이, 구성원이, 백성이 먹을 빵을 만들어 놓고, 또 지키고 있다가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나누어 주는 사람이 바로 지도자 부부(lord와 lady)다. 고디바 부인을 진정한 레이디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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