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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누룽지의 화려한 변신

  • 2014.05.16(금) 08:43

누룽지라면 얼핏 한국에만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쌀 문화권에는 골고루 퍼져있다. 아시아는 물론 쌀밥을 먹는 곳에서는 대부분 누룽지를 먹으니 세계적인 음식인 셈이다.

우리 누룽지처럼 중국에는 궈바(鍋巴), 일본에는 오고게(おこげ), 베트남에는 껌짜이(ComChay)가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렝기낭이라는 누룽지를 먹는다. 아시아 사람이야 밥이 주식이니 누룽지를 먹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의외로 유럽에도 누룽지가 있다. 쌀 요리가 발달한 스페인에도 간식으로 누룽지를 즐기는데 스페인 해물 볶음밥인 빠에야를 만들 때 부산물로 생기는 소카라트가 누룽지의 일종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누룽지를 간식으로 먹었다. 사실 예전 할머니들은 밥 태운 누룽지를 몹시도 싫어하셨으니 요리로 개발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룽지는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사람 따라 입맛 따라 다르니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누룽지다. 어린이 입맛이 아니라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을 중국 황제가 내린 평가이니 주관적으로 검증된 객관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룽지가 제일 맛있다고 한 사람은 건륭황제로 청나라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일화에 의하면 건륭제가 황제의 신분을 숨기고 강남을 시찰하다 식사 때를 놓쳤다. 준비해 간 음식이 없어 인근 농가를 찾아 먹을 것을 부탁했지만 마침 그 집에도 남은 음식이 없었다.

하지만 변장한 황제 일행이 불쌍해 보였던지 집주인이 솥에 있던 누룽지를 긁어 뜨겁게 데운 야채 국물과 함께 내놓았다. 건륭제가 국물을 뜨거운 누룽지에 붓자 타다닥 소리와 함께 누룽지의 구수한 냄새가 풍기면서 식욕을 자극했고, 시장이 반찬이었던 덕분에 황제가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끝낸 황제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종이에 '천하제일 요리‘라고 써서 주인에게 건넸는데 중국 음식점에서 인기 있는 누룽지탕이 만들어진 유래다. 물론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누룽지는 옛날 중국 요리책에도 나온다. 역시 청나라 건륭황제 때 원매라는 학자가 저술한 수원식단(隨園食單)이라는 요리책에 누룽지를 재료로 한 요리가 보인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누룽지를 기름에 재어 구운 후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다. 금릉인(金陵人)이 제일 잘 만든다"고 적혀 있다. 지금의 누룽지 튀김으로 금릉은 장쑤성 난징의 옛 이름이니 중국요리 계보 중 회양요리(淮揚菜)에 속한다.

우리도 요즘은 누룽지의 고소한 맛과 낮은 칼로리 때문에 누룽지 백숙을 비롯해 다양한 누룽지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최근에는 누룽지가 세계적인 요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유명한 중국의 누룽지탕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하롱베이가 있는 베트남의 닌빈 지역 명물인 꼼차이 역시 전통 베트남 요리로 각광을 받는다.

심지어 서양에서도 빠에야 누룽지인 소카라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뉴욕의 한 빠에야 식당에서는 일부러 밥을 눌려 소카라트를 만들어 내놓는데 인기가 만만치 않다. 세계 각국의 누룽지가 요즘은 요리로 탈바꿈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으니 누룽지의 화려한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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