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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입석금지, 방향은 맞지만...

  • 2014.05.23(금) 09:42

정부가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빨간색)의 입석 운행을 금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르면 7월 말부터 입석 금지 조치를 어긴 버스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1차 10일, 2차 20일, 3차 30일) 또는 과징금(60만원)을 부과하고 버스기사에겐 과태료(10만원)와 운전자격 취소(1년간 4번 이상 과태료를 부과 받은 경우) 처분을 내린다.

 

 

고속으로 운행하는 광역버스의 입석 문제는 언젠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작은 사고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여러 곳에 신도시와 뉴타운이 만들어지면서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광역버스가 출발하는 강남역 사당역 서울역 환승센터는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룬다. 현재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는 광역급행 버스(M-버스) 24개 노선, 광역버스(빨간 버스) 154개 노선 등 180여 개 노선에 달한다.

 

광역버스 승객이 늘어나는 만큼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버스회사도 승객도 정부(지자체)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덮고 지내왔다. 비용 때문이다. 버스회사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승객은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보조금 예산을 덜기 위해 침묵의 카르텔을 맺어온 것이다. 얘기를 꺼내는 순간 자기 호주머니부터 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내용은 거칠기 짝이 없다. 영업정지와 과태료, 자격박탈 같은 벌칙만 앞세우는 정책은 전형적인 나쁜 규제다.

 

정부가 버스회사를 압박하면 마지 못해 증차하는 시늉은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증차 대수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버스회사들은 요즘도 수지를 맞추기 위해 차량을 줄이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승객들이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새벽 첫차를 타든가 자가용을 사든가 직장을 옮기든가 해야 한다. 말이 쉽지 이게 어디 가능한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가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 광역버스를 늘리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버스회사가 증차로 인해 손해 보는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주고, 승객은 요금을 조금 더 내는 부담을 지는 게 합리적이다.

 

증차 대책 없이 입석 금지를 강행하면 출퇴근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지난달 23일 예고 없는 입석금지 조치로 대규모 지각사태를 한차례 경험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증차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 ‘선(先)증차 후(後)금지’가 문제 해법의 ABC다.

*좌석제로 운행하는 M버스는 수도권 직장인에겐 애증의 대상이다. 타고 싶어도 출퇴근 시간엔 좀체 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게 이유다. 버스회사는 “달리면 달릴수록 늘리면 늘릴수록 적자가 불어난다”고 말한다. 국토부는 작년부터 M버스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태껏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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