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아베노믹스의 상한선과 하한선

  • 2014.05.28(수) 09:35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2%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성취하더라도 만약 잠재성장률이 높여지지 않으면 결국 일본 경제는 미미한 실질 성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의 이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먼저 일본의 재정이다. 일본은행의 현행 화폐증발 정책이 성공하는 경우 일본경제는 0~1%(0.5%라고 치자)의 경제성장률과 2%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내게 된다. 이 때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2.5% 증가한다. 그러면 세금수입도 연간 2.5% 늘어난다고 가정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는 명목 GDP의 2.5배다. 일본정부가 지불하는 국채의 실효 이자율이 1%라고 가정할 때 GDP의 2.5%에 해당하는 이자지급 부담이 매년 발생한다. 연간 증가하는 세금 수입과 일치한다.

 

따라서 만약 일본정부의 실효 이자율이 1%를 넘게 되면 재정부담은 세금수입 증가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출을 줄이면 경제를 긴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긴축을 피하려고 할 경우 국가부채는 계속 증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구로다의 돈풀기가 성공한 뒤에도 일본정부의 실효 이자율은 1%를 넘어서는 안 된다. 물가상승률 2%를 감안한 실질 실효 이자율 상한선은 -1%가 된다.

 

*실효 이자율이란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부담 수준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0의 부채를 지고 있는 일본정부에 평균 2%의 명목 이자율이 적용돼 연간 20의 이자부담이 발생하더라도 이 중 10이 일본은행에게 지급됐다가 정부로 환입되면 실효 이자부담은 10에 불과하며 이때 실효 이자율은 1%로 낮아진다.

 

실질 성장률이 0.5%인 상황에서 정부의 실질 실효 이자율을 -1%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 금리를 어떤 식으로든 계속 억누르고 정부에 더 많은 이자수입을 반납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 일본은행은 계속해서 많은 국채를 사들여 보유해야 한다.

 

구로다 총재 발언이 제기한 또 하나의 이슈는 일본 국민들의 삶이다. 물가가 해마다 2% 오르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5% 증가하는 경제 구도에서 일본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어떠할까. 성장이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 없으니 삶의 질도 정체될 수밖에 없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UN 통계에 따르면, 2010~2015년 사이 일본의 인구는 연간 약 0.1% 감소하고, 2015~2020년에는 연간 약 0.2%씩 줄어들 전망(평균 0.15% 감소한다고 치자)이다. 그러니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이 연간 0.5% 늘어나더라도 '일인당' 실질 GDP는 연간 0.65%씩 증가하게 된다. 설사 일본의 성장률이 제로라고 하더라도 일인당 GDP는 0.15%씩 늘어난다. 미약하지만 삶의 질은 계속 개선되는 것이다. 인구 감소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 이론상 삶의 질 개선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법에는 문제가 좀 있다. 일본의 인구는 연간 0.15%의 속도로 감소 중이지만, 노동가능인구(15~64세)는 연간 1% 가량의 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다. 이는 달리 말해, 구로다 총재가 밝힌 "1%에 못 미치는 잠재 성장률"이 과장됐을 수 있음을 뜻한다. 만약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지금까지 가정한대로 0.5% 수준이라면,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연간 1.5%씩 증가해야 한다.

 

*잠재성장률(0.5%) = 노동가능인구 증가율(-1%) + 생산성 증가율(1.5%)

 

만약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이 1%에 불과하다면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로 떨어진다. 그리고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이 0.85%에 못 미친다면, 일본의 일인당 실질 GDP는 감소하게 된다. 즉 일본 국민의 생활수준이 악화된다.

 

*일인당 실질 GDP 변동(0%) = 실질 GDP 변동(-0.15%) / 인구 변동(-0.15%)

 

실질 GDP 성장률(-0.15%) = 노동가능인구 증가율(-1%) + 생산성 증가율(0.85%)

 

따라서 앞으로 일본 경제에 있어서 생산성 증가율 하한선 0.85%는 정부의 실효 이자율 상한선 1%만큼 중요하다.

 

만약 일본정부가 0.85% 이상의 생산성 증가율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좀비경제의 종식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라고 말했다. 성장과 물가와 고용이 강하게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수술을 감당할 체력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경제적 황금기는, 최악의 정치적 타이밍이다. 이제 겨우 먹고 살만해지려는데 회사 문을 닫으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돈이 넘치는 초저금리 환경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칼을 대지 않으면 좀비 타파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베 신조 총리가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정치인일 수 있을까?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