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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를 '감정'해야할 때

  • 2014.06.03(화) 11:02

“이 아파트 가격은 1억원이다.”(사는 사람)

“아니다. 2억원이다.”(파는 사람)

“근거가 뭐냐.”

“감정평가다.”

“나도 감정평가를 받았는데...”

“감정평가가 애들 장난이냐. 어떻게 10~20%도 아니고 두배씩 차이가 날 수 있나.”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우리 3600여명의 감정평가사는 공정한 감정평가로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며 국민재산권 보호의 첨병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평가협회 홈페이지(www.kapanet.or.kr) 창을 열면 이 같은 다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감정평가사의 존재 이유는 그들이 직접 밝혔듯이 ‘공정한’ 평가로 ‘국민재산권 보호’의 첨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공정한 평가로 국민재산권을 지키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감정평가사가 불공정한 평가로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내다버린 일이 터졌다. 국토교통부가 강북의 고급 임대아파트 ‘한남 더힐’의 가격을 평가한 결과, 세입자 측과 시행사 측 평가사들이 산정한 가격이 모두 엉터리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3.3㎡(평)당 3000만~3500만원으로 산정한 87㎡(26평)의 경우 세입자 측은 평당 2449만원, 시행사 측은 3743만원으로 평가했다. 332㎡(100평)의 경우 세입자 측은 2904만원으로 파악한 반면 시행사 측은 무려 7944만원으로 판단했다. 국토부가 평가한 가격은 4600만~6000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분양 가격을 놓고 시행사와 세입자가 다툼을 벌이다 결국 국토부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런 엉터리 감정평가가 나온 데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이 깊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감정평가 물량은 나날이 줄고 있다. 택지지구 개발이나 도로 건설 등 SOC 보상평가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실거래가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 평가시장도 크게 줄었다. 일감은 줄고 있는 반면 평가사들은 매년 200여명씩 늘어나고 있다. 2007년 2500여명이던 감정평가사는 현재 3600여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작년 말 기준 4600억원 규모였던 감정평가시장은 10년 안에 3000억원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감정평가사들이 먹고 살기 어렵게 되자 의뢰인의 요구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감정평가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믿을 수 있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썩은 곳을 깔끔하게 도려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엉터리 감정평가가 엉덩이에 뿔난 일부 평가사들의 일회성 일탈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부실 평가는 감정평가업계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판교신도시 보상 과정에서 같은 감정평가사가 똑같은 땅의 감정가격을 평당 50만원으로 평가했다가 6개월 뒤 250만원으로 평가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감정평가(업계)에 대한 심사·감독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등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시장 규모에 맞춰 감정평가사 수급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는 ▲원가방식(원가법) ▲비교방식(거래사례비교법) ▲수익방식(수익환원법) 등이 있다. 원가법은 들어간 비용으로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땅값(1000만원)+자재값(2000만원)+인건비(2000만원) = 가격(5000만원) 등으로 산정한다. 거래사례비교법은 옆집(땅) 거래가격에 비춰 정하는 방식이며 수익환원법은 월세(50만원)와 수익률(5%)로 가격(1억2000만원)을 환산해 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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