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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 조지 6세는 왜 핫도그를 먹었을까?

  • 2014.06.13(금) 08:43

 

1939년 6월 12일자 뉴욕타임즈 신문에 특이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조지 6세 영국 국왕 핫도그로 점심식사, 맛있다며 더 달라고 주문".  미국을 비공식 방문 중인 영국 왕이 핫도그를 먹었다는 소식을 아예 별도 제목으로 뽑아 기사로 처리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5월 18일자 워싱턴포스트도 영국 왕의 핫도그 오찬을 주목했다. 왕의 방미 사실을 보도하면서 "영국 통치자가 핫도그로 오찬을 즐길 수도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미국 언론은 영국 왕이 핫도그 먹는 것에 왜 이렇게 관심을 쏟았을까? 75년 전만 해도 핫도그는 왕이 정상오찬에서 먹을 만한 음식은 아니었다. 미국 서민이 즐기는 길거리 음식이었으니 체통을 중시하는 영국 왕이 핫도그로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짜 '뜨거운 개(hot dog)'를 먹었다는 소식만큼 충격적이었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외국 정상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김밥과 순대, 떡볶이로 점심 식사를 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것도 젓가락조차 준비하지 않고 이쑤시개로 집어 먹었다고나 할까. 실제로 조지 6세는 핫도그 먹는 법을 몰라 어떻게 먹는 지를 물어봤고 가르쳐 준대로 손으로 집어 먹었지만 왕비인 엘리자베스 모후는 왕비 체통에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포크와 나이프로 핫도그를 썰면서 식사를 끝냈다.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는 왜 하필이면 핫도그로 점심을 대접한 것일까? 그것도 영부인이었던 엘레나 루즈벨트 여사가 영국 왕과의 오찬 메뉴는 핫도그라고 언론에 슬쩍 흘리기까지 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언론플레이를 했던 것이다.

물론 엘레나 여사가 이유를 설명하기는 했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낯선 나라에서 보는 색다른 풍경과 고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인데, 영국 왕 부부가 버킹검 궁전에서 매일 먹는 식사를 미국에서 또 차려낼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엘레나 루즈벨트 여사가 영국 왕 부부에게 강렬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길거리 음식을 준비했을 만큼 그렇게 순진한 사람은 아니다. 현재까지도 역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중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꼽힐 만큼 미국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영부인이지만 남편인 루즈벨트 대통령보다도 더 정치력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엘레나 여사였다.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가 영국 왕에게 핫도그를 먹였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지 6세의 방미 일정과 관련이 있다. 조지 6세는 재임 중인 영국 왕으로는 최초로 1939년 6월 11일, 미국을 방문했는데 약 세달 후인 9월 3일,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조지 6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영국과 독일의 전쟁은 이미 불가피했다. 이 경우 루즈벨트 역시 영국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 국민은 전쟁에 반대했다. 유럽의 전쟁에 끼어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핫도그 오찬은 이 과정에서 준비됐다. 영국 왕도 미국 서민처럼 핫도그를 먹는 사람이라는 것, 미국과 영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핫도그는 영국 국왕 접대용 오찬 메뉴가 아니라 대국민 설득용 홍보 도구였던 것이다.

역사가들은 당시 영미 정상회담을 핫도그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고 이때 조지 6세가 먹은 핫도그를 제2차 세계대전의 승기를 마련한 핫도그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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