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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를 위한 변명

  • 2014.06.17(화) 15:10

2001년 9.87%, 2002년 16.43%, 2003년 5.74%(주택가격상승률, 국민은행 조사)


참여정부는 집값이 뛰는 이유를 ①주택 투기 ②공급 부족에서 찾았다. 그리고 ①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했다. 보유단계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매각단계에는 양도소득세(2주택자 50%, 3주택자 60%)를 무겁게 물렸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투기(꾼)를 잡기 위한 수단이었다.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해 거래 자체를 들여다보는 조치도 취했다. 극약처방으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②공급 부족 문제는 신도시 건설과 뉴타운 개발로 대응했다. 수도권 인구과밀화, 도시 연담화(連擔化 : 도시들이 포도송이처럼 붙는 현상) 등의 이유로 금기시 해왔던 신도시 개발 카드로 수급불균형을 일거에 해소하고자 했다. 판교 동탄 광교 김포 위례 등 2기 신도시 건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표됐다. 뉴타운은 서울 도심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정부는 뉴타운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용도지역 변경을 허용하고 용적률을 늘려주고 층고제한을 풀었다.

 

 

참여정부가 주택 투기와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결정판인 8.31대책(2005년)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일갈했지만 주택 가격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 내에서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집값이 오른 것은 엉덩이에 뿔난 투기꾼의 망동 때문이 아니라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렸고, 이 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또 주택 가격 상승은 유동성 증가를 낳고, 유동성 증가는 다시 주택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한국은행, ‘자산가격과 유동성 관계분석’ 2006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나온 것이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다. DTI 규제는 8.31대책 때 맛보기로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은 2006년 3월,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에 DTI 40%를 적용하면서부터다. DTI 규제는 2007년 상반기 투기지역의 모든 아파트로 확대 적용되면서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돈줄을 틀어 막으니 거래가 줄어들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DTI 규제는 날뛰던 집값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도 효자 노릇을 했다. 곧 터질 것 같았던 하우스푸어 폭탄이 불발탄이 된 것도 DTI 규제 덕으로 볼 수 있다. 하우스 푸어는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지만 채무 재조정, 임대주택 리츠 등의 대책을 통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경기마저 위축되자 DTI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아예 ‘한겨울에 입고 있는 한여름 옷’으로 치부했다. 토끼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를 삶아 먹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 사냥개를 삶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다. 아직은 DTI 규제의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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