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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막으려다` 파생상품 잡을라

  • 2014.06.19(목) 14:32

시장은 냉정하고 소비자는 귀신 같다. 좋은 물건은 불티나게 팔리지만 눈밖에 나면 소리없이 사라진다. 특히 한국에서의 속도는  빛과 같다. 인터넷 강국, 통신 강국이란 타이틀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한국에게 익숙한 또다른 이름  중 하나는 바로 `파생상품 강국`이었다. 한국은 1996년에 파생상품 시장이 태동했지만 불과 10여년 사이 파생상품 거래량 1위라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때`에 그쳤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시장이었던 한국의 거래량은 지난해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위험이 크게 부각되면서 정부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신중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개인 투자자 비중은 급감했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말들이 많은 이유는 이와 무관치 않다. 참여자를 다시 늘리고 거래 활성화를 위한 비책을 기대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시장 선진화`와 `건전성`에 방점을 찍었다. 항시 시장과 규제당국 간에는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조치는 이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반대임을 극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은 지수 선물/옵션의 승수 인하 등을 바랬지만 물거품이 됐다. 특히나 시장을 아연실색케한 방안은 개인 투자자들이 선물과 옵션 시장에서 신규 거래를 하는 요건으로 강도높은 사전 교육과 대규모 예탁금 의무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기초 교육과정은 물론 모의매매 과정을 이수해야 선물매매를 허용하는 것인데 옵션 거래까지 하려면 1년간 선물 매매 경력을 먼저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취지만큼은 명확하다. 파생상품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이 섣불리 들어와 큰 피해를 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미 파생상품 시장이 개인 투자자 가뭄으로 거래 부진을 겪어온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방안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금융당국이 여러차례 새로운 시장을 개설했지만 일부만 거래가 몰릴 뿐 유동성 부족으로 대부분 실패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나마 시장이 고대했던 V코스피 선물이 상장될 예정이지만 시장 활성화에 필수인 투기수요는 시작 전부터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도입하는 동시에 선물과 옵션 시장에 대한 개인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뜩이나 유동성이 메마른 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장 기반을 건전하게 하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과도한 규제로 고사해버린 시장 울타리를 더 높게 쌓아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 것은 시장 접근을 아예 차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미 선물 옵션 시장은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은 아니었다. 유무형의 진입장벽이  놓여 있었고, 리스크를 어느정도 감당할 각오를 하고 투자자들은 시장에 들어왔다. 이론을 모른 채 선물과 옵션에 투자하는 `개미`가 과연 대다수일까?  

 

규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의 부작용은 항상 눈으로 확인돼 왔다. 그래서 운용의 묘가 필요한 것이다. 한때 인터넷 강국을 자랑했던 한국에서 토종인터넷이 규제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곱씹어 볼만하다. 이미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방대한 교육시간 이수 등을 꺼려 국내대신 해외 선물옵션 시장을 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수질관리만 신경쓰다 물고기들의 먹이마저 사라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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