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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타이머 누른 김준기 회장과 산업은행

  • 2014.06.24(화) 17:52

동부그룹과 채권단이 결국 동부제철의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갈 태세다. 현재 분위기로는 김준기 회장도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동부그룹과 채권단의 핵심 갈등 쟁점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4일 채권단 발표의 핵심은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다. 당진발전은 6월 중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시작하고, 팔리기 어려운 제철 인천공장은 그룹과 추후 협의하겠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동부그룹이 이번 주 내로 동부제철 공동관리에 동의하면 자율협약의 구체 내용은 다음 주 중으로 정한다는 스케줄을 제시했다.

채권단 공동관리는 다시 말하면 동부제철의 관리권을 채권단이 넘겨받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채권단과 동부그룹은 그 의미를 아전인수로 해석한다. 동부그룹 입장에선 어차피 빚더미인 제철을 채권단에 넘긴다고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계산법이다. 채권단 공동관리에 동의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채권단의 생각도 꼭 그럴까? 아니다. 채권단의 생각은 훨씬 포괄적이다. 동부제철의 문제로 그룹 전체가 위험해졌으니 사실상 그룹에 대한 공동관리로 이해한다. 이번 주 내 동부의 공동관리 동의, 다음 주 중 구체 협의라는 일정이 이를 대변한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는 그동안 갈등의 핵심 사안이었던 김 회장의 장남 남호 씨(동부제철 부장)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의 담보 제출이다. 김준기 회장 입장에선 문제가 된 동부제철과 상관없는 것을 왜 내놓으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금액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한다.

채권단 입장에선 금액이 많고 적고는 큰 관심이 아니다. 어차피 그룹 전체가 연결된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오너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징표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동부가 채권단 공동관리에 동의하는 즉시 채권단과 산업은행이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과 구조조정 그룹의 이런 인식 차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700억 원 회사채 상환을 놓고 다시 피 말리는 신경전은 불가피하다. 김준기 회장과 동부그룹은 계속해서 개별 회사인 동부제철을 핑계로 그룹을 빼앗으려 한다며 불만일 테고,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그룹 전체를 담보로 각오하지 않으면 회생 자금을 내주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일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경영권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이다.

당진발전 개별매각이 계획대로 되더라도 돈이 들어오는 시점은 한참 걸린다. 채권단의 소위 브릿지론은 계속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쟁점에 합의점이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 공동관리도 없던 것이 된다. 동부는 700억 원의 상환 자금을 스스로 만들어 내든가 법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과 채권단은 시한이 정해진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김준기 회장 입장에선 그룹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겠지만, 채권단을 믿어야 한다. 수많은 기업 구조조정 사례에서 돈을 빌려줘야 하는 측과 얻어야 하는 측의 벼랑 끝 협상에서 기업이 우위에 선 경우는 거의 없다.

채권단도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면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신뢰를 김준기 회장에게 충분히 보여야 한다. 그것이 판을 깨지 않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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