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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날개 먹으면 바람피운다?

  • 2014.06.27(금) 08:31

 

닭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남자아이가 닭 날개를 먹으려고 하면 할머니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렸다. 남자가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불과 몇 십 년의 이야기다.

남자는 왜 닭 날개를 먹지 못하게 했을까? 생각할수록 터무니없지만 이런 말이 나오기까지에는 배경이 있다. 지금은 닭 날개, 치킨 윙이 닭고기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위로 꼽힌다. 하지만 예전에는 닭갈비와 함께 닭고기 중에서 가장 먹을 것이 없는 허접스런 부위였다.

예전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온 일가친척까지 군식구까지 끼어 식구가 참 많았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닭 한 마리 잡아봤자 닭고기 한 점 제대로 얻어먹기 힘들었다. 때문에 집안 서열에 따라 먹는 부위가 정해져 있었으니 한 마리에 두 개 밖에 없는 닭다리는 아버지와 장남의 몫이다. 가슴살을 포함한 살코기는 나머지 남자들의 처지였다. 반면 여자들은 제대로 된 닭고기는 얻어먹기 힘들었고 특히 어머니는 기껏해야 국물이나, 닭죽을 먹으면 다행이었다.

평소 손자만 끼고돌면 아끼던 할머니였지만 이런 날에는 특별히 손녀도 챙겼다. 닭 날개와 모가지를 여자들의 몫으로 확보한 것이다. 남자가 닭 날개를 먹으며 바람을 피운다며 먹지 못하게 했고, 닭 모가지는 여자가 먹어야 목소리가 고와진다는 핑계로 남자는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닭 날개 먹으면 바람피운다는 말은 옛날 남녀차별 속에서 할머니가 그나마 손녀를 배려해 만든 사려 깊은(?) 농담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닭 날개만 따로 모아서 요리한 치킨 윙이 인기 메뉴로 값도 오히려 비싸다. 하지만 닭 날개를 하찮게 여겼던 것은 굳이 우리뿐만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닭 날개는 요리로 만드는 재료가 아니라 닭고기 국물로 육수를 만들 때나 썼다.

이런 닭 날개가 요리로 변신한 것이 버펄로 윙 덕분이다.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닭 날개 메뉴를 개발한 것이 전 세계 치킨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닭 날개를 튀긴 버펄로 윙은 1964년, 미국 뉴욕주에 있는 버펄로 시의 앵커 바라는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들었다. 어느 금요일, 아들이 밤늦게 친구들을 끌고 레스토랑을 찾았다. 마침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재료는 다 떨어졌고, 배고프다고 성화인 아들 친구들에게 어머니가 육수를 만들려고 남겨 둔 닭 날개를 튀긴 후 소스를 발라서 내놓았다. 아들과 친구들이 먹어보고 맛있다며 좋아하자 손님들에게도 닭 날개 튀김을 제공하면서 버펄로 윙이 앵커 바의 히트 메뉴가 됐다.

버펄로는 세계적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곳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곳이었던 앵커 바의 닭 날개 튀김이 미국 전역으로 소문이 났고 다른 나라로까지 유명세를 떨쳤다. 치킨 윙이 유행하게 된 계기다.

예전에도 닭 날개 튀김은 있었다. 하지만 버펄로 윙은 튀긴 닭 날개에 소스를 발라 다시 굽는다. 이런 작은 변화가 세계적인 히트 음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닭 날개가 세계적으로 치킨 윙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올해가 버펄로 윙이 만들어진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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