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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의 비용과 편익

  • 2014.07.07(월) 15:53

우리 사회의 `신뢰의 적자(deficit of trust)`가 점점 커지고 있다. 누적되는 경상수지 흑자와는 반대 방향이다. 경상수지 균형이 중요한 것처럼 공동체 구성원 간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어야 행복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불신풍토가 이어진다면, 사회적 수용 능력이나 적응 능력이 저하돼 국가 경쟁력이 삽시간에 급강하할 수 있다. 옛 성현들도 사람들 사이에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고 하지 않았던가?

신뢰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동력전달장치와 같다. 좋은 엔진과 좋은 타이어를 장착하여도 동력 전달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길에서 갑자기 정지할 수도 있다. 우수한 제도와 뛰어난 인재들이 있어도 신뢰가 두텁지 못한 사회는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제안이 있더라도 신뢰가 두터우면 장점을 찾아내 토론하고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를 내지만, 신뢰가 없으면 의심과 오해로 갈등만 일으킨다.

얼마 전 유명세를 탄 어떤 인사의 우리 민족성 비하 발언에 대해 “종교인의 신앙고백이며, 언론인의 비판적 자세이고 책임 있는 자리에 가면 달라질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 지도층 인사가 있었다. 정말 큰 일 날 소리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신풍조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명을 해대는 철면피들이 높은 자리를 많이 차지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 아니겠는가?

지도 계층이 언행을 달리하기 시작하면 조직이나 사회 전반으로 불신풍조가 순식간에 파급된다. 공자는 “군자의 행동은 바람과 같고 백성들의 행동은 풀과 같다”(군자지덕풍 소인지덕초 ;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고 하였다. 풀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눕거나 일어선다. 불신시대의 책임은 모든 개개인에게도 있지만 사회 분위기, 다시 말해 지도층의 언행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윤봉길의사는 약관의 나이에 “해가 저물어 어두워졌더라도(日落之暗), 우선 달빛으로라도 세상을 밝혀가자”며 월진회(月進會)를 조직하였다. 나라가 기울었지만 작은 힘들을 모아 다시 일어서자는 뜻일 것이다. 의사는 무엇보다 회원 서로 간에 신뢰를 강조하였다. 그래서 월진회 금언에 말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불신을 초래하고 사람이 될 수 없다(言約 不守 不信 非人)라고 하였다. 

지난 해, 남해 여행길에 삼천포 대교 건어물 매장에서 동행자들이 이것저것 사면서 깎아 달라고 법석이었지만, 주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곳에서 구입한 상품이 신선도는 높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품질을 보장하고 받을 가격만 받는 것은 고객에게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덤도 없고 에누리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겨 단골이 되었다.

조직이나 사회의 흥망은 공동체 구성원간의 신뢰구축 여하에 달려 있다. 신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과 같아 인간관계의 출발점이 된다. 신뢰는 강요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동물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찌 인위적, 억압적으로 묶을 수 있겠는가? 신뢰관계는 공과 사 그리고 대소를 막론하고 일관된 자세와 약속을 지키는 일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거창한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비용이 드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투자다. 사회적 자본이 되는 신뢰가 쌓여져 더 큰 편익이 돌아온다.당장엔  불신의 대가를 계산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여야만 한다. 개인이고 기업이고 국가를 막론하고 신뢰에 대한 비용과 편익을 먼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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