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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입맛도 살려준 보리굴비

  • 2014.07.25(금) 08:31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릴 때 입맛 당기는 음식이 여럿 있지만,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서가 되는 음식으로 보리굴비를 꼽을 수 있다. 쭉쭉 찢어 고추장 찍은 굴비를 물에 만 보리밥에 얹어 먹는 것만으로 더위가 싹 가신다.


승정원일기에는 영조 임금이 입맛을 잃었을 때 이렇게 입맛을 찾았다고 나온다. 조기는 생선 이름 자체도 한자로 도울 조(助)에, 기운 기(氣)자를 쓰니까 기운 차리는 것을 돕는다는 뜻이다.


조기가 도대체 몸 어디에 좋기에 기운 차리는 것을 돕는 생선이라고 했을까? 중국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는 위를 열어(開胃) 기운을 보탠다고 했는데 ‘개위’는 곧 입맛을 살려준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조기는 성질이 순하고 맛이 달아 음식 맛을 나게 하고 소화가 잘 되며 기운을 보충한다고 했으니 여름철 입맛 잃었을 때 먹으면 딱 좋은 생선이다. 밥이 보약이라고 했는데 밥 잘 먹게 해주는 생선이니 바로 기운을 돕는다는 말이 그대로 어울린다.


그 때문인지 옛날 사람들이 펼친 조기 예찬론이 한둘이 아니다. 조기는 대충 요리해도 맛있기에 집안 살림을 하는 아녀자가 아파서 누워 있어도 간단하게 요리해 식구들에게 먹일 수 있으니 조기를 보고 사람을 돌보는 물고기라고도 한 것이다.


조기는 네 가지 덕을 갖춘 생선이라고도 했다. 이동할 때를 정확하게 아니 예(禮)를 갖췄고 소금에 절여도 구부러지지 않으니 의(義)를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염(廉)과 더러운 곳에 가지 않는 치(恥)를 갖췄으니 염치를 아는 물고기라고 했는데 생선 한 마리 놓고 찬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기는 이름도 많다.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의미다. 조기라는 이름 외에도 말린 것은 굴비, 한자로는 석수어(石首魚), 천지어(天知魚), 황화어(黃花魚) 등 다양하다. 조기 이름의 내력을 알면 이 생선의 특징이 어느 정도는 파악된다.


굴비와 관련해서는 고려 때 이자겸의 이야기가 유명한데 고려 인종 때 영광으로 유배 온 이자겸이 왕에게 염장한 조기를 진상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비(屈非)라고 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인데 옛 문헌에 관련 기록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현대에 억지로 꾸며낸 것 같다. 원뜻은 생선을 짚으로 엮어 매달면 물고기가 구부러지는데 그 모양 “굽었다”는 뜻의 고어, 구비(仇非) 조기라고 한 것에서 굴비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는 것이 유력하다.


보리굴비는 조기의 품종이 아니라 굴비를 보리쌀에 넣어 보관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일 년 이상 해풍에 말린 굴비를 통보리에 넣어 저장하면 굴비가 보리의 향을 받아 들여 짠 맛도 줄고 비린내가 없어진다. 영광 법성포의 특산품이다.


석수어는 머리속에 옥처럼 하얗고 깨끗한 돌 두 개가 들어 있어 생긴 이름이고 천지어는 하늘의 뜻을 아는 생선이기 때문에 천지어다. 조기는 난류성 회귀어종으로 제주도에서 법성포를 거쳐 연평도까지 이동 하는데 수 Km에 걸쳐 조기떼가 몰려올 때 울음소리가 천둥치는 소리 같아 하늘에서 조기가 간다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믿어 생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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