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냄새' 카스 먹어보니

  • 2014.08.08(금) 11:15

지난 7일 저녁. 마포에 있는 한 낙지 전문 요리점에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민어회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곁들였습니다. 술잔이 몇 번 돈 뒤, 폭탄주 '제조자'가 방금 딴 맥주병을 들고 “이거네”하고 인상을 찌푸립니다. 맥주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는 겁니다. 오비맥주의 '카스'였습니다.

일행 5명은 모두 입을 헹구고, 그 문제의 맥주를 마셔봤습니다.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뭔지 모르게 맛이 이상하다. 좀 구체적으로 표현해보겠습니다. 첫맛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입에 잠시 머금은 뒤부터 뭐라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목으로 넘어간 뒤에는 이 이상한 냄새가 입안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불쾌했습니다. 일행중 한 명은 "세제가 덜 씻긴 잔에 맥주를 부어 마신 느낌"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가게 사장님을 불렀습니다. 맥주 맛이 이상하다고 물었더니, 요즘 부쩍 카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젠 다른 브랜드 맥주를 권한다고 합니다.

며칠 전 기사를 썼습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가 계속 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련 글을 올린 분과 통화도 했습니다. 그분은 한 달에 3번이나 불쾌한 맛이 나는 오비맥주를 마셨다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제가 직접 ‘소독약 냄새’ 카스를 마시게 된 것입니다. 황당할 뿐입니다.

주변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 잠시 만났는데, 지난주 회식자리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이 분은 7월 말 보라매역 근처 호프집에서 회식을 했다고 합니다. 카스 생맥주를 시켜 먹고 있는데, 동료들이 하나둘 맛이 이상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는 겁니다. “락스맛 나는 맥주”가 그 결론이었다고 합니다. 한 분은 배가 아파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고 합니다. 당장 주인을 불러 따졌다고 합니다. 맛을 본 주인은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자 주인은 급기야 생맥주 통을 교환하는 기사까지 불렀다고 합니다. 생맥주 통을 새로 바꿨지만 ‘락스 맛’은 여전했다고 합니다.

맛은 주관적입니다. 한 개인의 경험만으로 카스 맛이 이상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한 사람이 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비맥주 측은 더운 날씨에 맥주 맛이 변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맛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입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를 천연재료로 만들다 보니, 여름철 직사광선과 고온에 맥주의 향이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산화취와 일광취입니다.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양조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라거 타입의 맥주는 부드럽고 유통기간이 길다. 유통과정 상의 문제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좀 과민 반응하는 것 같다. 공정 처리와 원료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큰 회사라 위생관리가 잘 될 것이다.”

문제는 유독 오비맥주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올 4월 클라우드를 출시한 롯데주류는 현재까지 맥주 냄새 관련 소비자 불만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이트 맥주를 만들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일광취 등 관련 등 민원은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대규모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경우는 드물다”며 “유통과정에서 문제라지만, 오비맥주만 특별히 다른 유통과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비맥주는 ‘이상한 냄새’를 여름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당연시하고, ‘소독약 냄새’ 관련 괴담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최근 카카오톡 등에선 “당분간 되도록 카스 먹지 마라. 2014년6월부터 8월까지 생산한건 진짜 마시면 안된다. 특히 가임기 여성들은 무조건 피하라” 등의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오비맥주는 최근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물론 근거없는 소문에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괴담 탓만 하는 것은 위기 대응의 미숙함을 보여줄 뿐입니다.

 

현재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 1위입니다. 60%가 넘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일등은 없습니다. 그것은 오비맥주가 가장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오비맥주는 페놀사태로 1위자리를 하이트(당시 조선맥주)에게 넘겨줬습니다. 이후 다시 1위 자리를 찾는데 2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해결 방법은 명확합니다. 소비자들에 대한 사과가 우선입니다. 그 다음 유통과정에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면 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터무니없는` 소문은 사그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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