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사랑한 화합의 음식, 바냐 카우다

  • 2014.08.14(목) 14:00

 

나라마다 화합과 단결을 다지며 먹는 음식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빔밥이다. 행사 후 커다란 솥단지에 밥을 넣고 비벼 참석자들이 나누어 먹는 이벤트가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스페인판 볶음밥, 빠에야(Paella)도 빼놓을 수 없는 단결과 화합의 상징이다. 빠에야는 유럽에서는 드물게 벼농사를 짓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발달한 요리다. 벼농사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품앗이가 필요하다. 때문에 스페인 농부들이 함께 농사짓고 논에서 밥을 지어 나누어 먹던 음식에서 비롯됐다.   

 

스위스의 퐁듀 역시 단결의 음식이다. 치즈를 녹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음식, 퐁듀는 추운 겨울철, 알프스의 목동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가지고 있는 마른 빵을 녹인 치즈에 찍어 나누어 먹는 음식이었다. 산골의 힘든 겨울을 나려면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야 했으니 퐁듀가 화합의 음식이 됐다.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 바냐 카우다(Bagna Cauda)라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음식으로 쉽게 말해 이탈리아판 야채 퐁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바냐 카우다는 퐁듀처럼 식탁에 냄비를 올려놓고 끓인 소스에 야채를 찍어 먹는다. 치즈를 녹여서 빵을 찍어 먹는 퐁듀와는 달리 멸치인 안초비 소스를 끓여서 홍당무나 무, 샐러리, 콜리플라워 같은 채소를 찍어 먹는 것이 차이다. 

 

바냐 카우다는 동계올림픽이 열린 토리노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지방의 전통 요리다. 한 겨울이면 눈에 갇혀 지내는 알프스 산골짜기 마을의 음식이라는 점에서도 퐁듀와 비슷하다. 초겨울 알프스 산기슭의 포도농장 농부들은 서둘러 포도넝쿨을 정비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농장의 일을 서로 도와가며 일했고, 추위를 견디려고 Em겁게 끓인 생선소스에 저장했던 채소를 찍어 먹었다.  

 

바냐 카우다 소스는 올리브기름에 안초비와 마늘을 잔뜩 넣고 끓인다. 그런데 알프스 산골짜기인 피에몬테 지방에서 나오는 식품은 마늘밖에 없다. 피에몬테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이기에 안초비는 제노아처럼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서 가져와야 했다. 햇빛이 풍부하지 않은 지방이기 올리브 나무도 자라지 못하니 올리브기름 역시 먼 곳에서 가져왔다.


현지에서 나오지 않는 재료를 이용한 바냐 카우다가 발달한 이유는 겨울철 가족을 먹이기 위한 가장의 노력 덕분이다. 산골 마을에서 풍부한 것은 채소와 양털, 양젖뿐이었다. 겨울 내내 풀만 먹고 살 수는 없었으니 이 지역 농부들은 돈되는 양털을 들고 나가 바닷가에서 소금과 생선, 올리브기름과 바꿨다. 하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도시마다 소금에 비싼 관세를 매겼기 때문에 농부들은 목숨을 걸고, 또 재산을 걸고 몰래 소금과 생선, 기름을 가져와 가족을 먹인 것이 바냐 카우다의 기원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냐 카우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교황의 부친이 피에몬테 출신이기 때문이다. 교황에게 바냐 카우다는 부모님 손맛이 깃든 소울 푸드인 동시에 어려운 사람을 감싸 안는 화합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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