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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흥망성쇠가 보고서에 달렸다

  • 2014.08.20(수) 08:50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15)
회장이 궁금해 하는 일곱 가지

회장이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이거야. 모름지기 보고서는 이래야지.'

더 이상 넣을 것도, 그렇다고 뺄 것도 없는 보고서였다. 회장의 가려운 곳은 구석구석 박박 긁어줬다.

첫째,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고민의 깊이가 보여야 한다. 아주 뿌리를 캐려고 달려들었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구석구석 다 쑤셨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이게 가장 어렵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 그랬을 때 회장은 안심한다. 다른 데에 더 좋은 게 없나 기웃거리지 않는다.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끝’이다.

둘째, ‘전제’가 중요하다.

모든 일은 전제 위에 서 있다. ‘~하다면’ 혹은 ‘~한 상태에서’에서로 시작한다. 조건이 붙는다. 이걸 먼저 파악해야 한다. 깔아 둔 바탕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는 방향이 달라지게 때문이다. 전제야말로 회장의 의중이다. 어설픈 추측은 금물이다. 물어봐라.

셋째, ‘이익과 혜택’이다.

회장은 늘 묻는다. ‘그래서 내게 돌아오는 게 뭔데?’ 기대하는 효과가 뭔지, 뭐가 이롭고 좋은지 답해야 한다. 베네피트(benefit), 어드밴티지(advantage) 같이 영어로 쓰면 더 그럴싸하다. 대놓고 이익이라고 하면 너무 장사꾼 같으니까. 아무튼 이게 없으면 꽝이다.

넷째, ‘근거’를 대야 한다.

보고서란 별 게 아니다. 윗분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잘 긁어주는 게 보고서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냥 긁어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윗분이 무안하다. 이유를 대서 긁어줘야 한다. 윗분 생각이 옳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윗분 자신도 자기 생각이 괜찮은 방향인지 걱정한다.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고서는 ‘왜’라는 물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쟁점’을 넣어줘야 한다.

내 얘기만 하면 신뢰가 덜 하다. 매수만 권유하는 증권사 보고서는 속보인다. 내 주장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넌지시 집어넣자. 그러나 그것은 반박을 위한 재료일 뿐이다. 결론은 내가 이긴다. 치고받기를 치열한 고민의 증거로 보여라. 그러면 신뢰는 기본이고, 덤으로 긴장감과 재미도 있다. 세상에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지 않는가.

여섯째, ‘선택지’를 줘라.

고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옵션(option)이다. 실제 고르는 것은 보고하는 사람이다. 그런 판단이 없다면, 그리고 그런 내용이 보고서에 스며있지 않다면 그런 보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형식만 취하는 것이다. 회장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책임은 윗분이 지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회장을 과신해선 안 된다. 선택지마다 성공 확률을 넣어줘라. 그래야 고르기 쉬우니까.

일곱째, ‘대안과 대비책’이다.

문제가 없는 문제는 없다. 늘 걸림돌이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해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한다. 심각성의 본질을 정의한다. 해법을 제시한다. 해법의 실현가능성을 말한다. 혹시라도 있을 부정적인 결과도 언급해준다. 물론 이것은 구색 맞추기일 뿐이다. 

보고서는 답을 찾는 과정이다.

답하기 위해 스스로 물어야 한다.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한다. 회장은 무엇이 궁금할까. 그래야 숨어 있는 디테일을 찾을 수 있고, 회장에게 안 깨진다. 헤밍웨이가 좋은 말은 다 해놓았다. 불필요한 것은 찾아볼 수 없고, 필요한 것은 빠진 게 없어야 좋은 글이다. 이것은 보고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보고서는 보고서 자체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회장은 그 보고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에 관심이 있다. 구두나 포스트잇으로 보고서가 얼마나 치열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넌지시 말하라. 어쩌면 이게 보고서 내용보다 중요하다. 혼자 만들었다고도 하지 마라. 설사 그렇더라도 많은 사람의 머리를 쥐어짠 결과라고 말하라. 그래도 회장은 당신을 기억한다. 더 좋은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믿음을 갖고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보고서 작성에는 논리학이나 수사학보다는 심리학이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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