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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하나, 초밥 두 개

  • 2015.01.16(금) 08:15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회전초밥 전문점에서 발견한 특이한 현상 하나. 초밥 접시에는 대부분 초밥이 두 개씩 놓여 있다. 모든 초밥 집이 마찬가지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뚱딴지같은 소리지만 식량난 타개의 부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패전국 일본은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다. 쌀을 수탈했던 조선과 타이완이 독립했다. 점령지 동남아에서의 헐값 수입도 끊겼다. 패전 후 필요한 곡식의 3분의 1이 부족했다. 생선도 마찬가지였다. 어선은 전쟁에 동원된 후 파괴됐고 주변 바다는 여전히 기뢰 천지였다. 어획량은 전쟁 직전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식량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까지 생기자 당시 일본 총리였던 카타야마(片山)가 1947년 7월, 음식 영업 긴급조치령을 발표했다. 숙박업과 다방, 그리고 배급허가권을 취급하는 식당 이외에는 음식점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양식을 절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외식을 금지한다는 조치였다.


양식을 아끼자는 의도는 좋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수많은 음식점이 긴급조치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 초밥 전문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상사태를 맞아 식당 주인들이 모여 궁리를 짜낸 끝에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초밥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팔 것이 아니라 쌀을 직접 가져오는 사람한테만 초밥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팔면 식당 영업이 된다. 하지만 초밥을 만들어주고 들어가는 생선 재료값과 요리사의 인건비를 수수료로 받으면 가져 온 쌀로 밥을 짓고 거기에 생선을 얹어 되돌려주는 것이니 음식점이 아니라 식품 위탁가공업이 된다.

 

그러니 음식영업을 제한하는 긴급조치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게다가 어차피 배급 받은 쌀을 가져온 사람한테 초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니 식량을 별도로 과소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리도 그럴듯한데다 수많은 초밥집 주인들의 생계문제도 고려해야 했기에 정부에서 초밥 전문점 주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식량을 절약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제한조건을 만들었다. 한 사람당 쌀 한 홉을 가져오면 초밥 10개까지만 교환을 할 수 있도록 제약했다.

 

한 홉은 밥 한 그릇 정도의 분량이다. 때문에 초밥을 지금과 같은 크기로 만들어야만 10개까지 만들 수 있었다. 전쟁 전까지는 일본 초밥의 크기가 다양했지만 전후에 초밥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전후 일본은 곡식과 함께 생선도 부족했다. 때문에 초밥을 만들 때 초밥 하나하나를 다른 종류의 생선을 사용해서 다양하게 만들 수가 없었다. 역시 생선을 절약하기 위해 같은 종류의 재료로 초밥 두 개를 만들어 한 접시에 담아 내놓았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재료로 열 개의 초밥을 완성했던 것인데 이때 생긴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접시 하나에 같은 종류의 초밥 두 개를 올려 서비스 하는 것이 정형화됐다.

 

참고로 일본에서 회전초밥은 1958년에 최초로 선보였다. 우연한 기회에 맥주공장을 견학했던 초밥 식당 주인이 맥주병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회전초밥으로 발전했다. 회전초밥 접시에 담긴 뜻밖의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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