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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국 먹어야 할 사람들

  • 2015.03.27(금) 08:21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아욱은 참 맛있는 채소다. 영양도 풍부해서 아욱으로 삼년 국 끓여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기겁할 일이지만 어쨌든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이다.

 

아욱국은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막내 사위한테만 먹이는 국이라고 했으니 몰래 끓여 두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 데려 간 사위에게만 특별히 먹이는 음식이다.

 

아욱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나랏일 하는 공직자들이다. 옛날 공직자들은 집에서 아욱조차도 함부로 키우지 않았다. 발규거직(拔葵去織)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문가 그대로 아욱을 뽑아버리고 옷감을 내친다는 뜻으로 청렴한 공직자들을 칭송할 때 쓰는 말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 순리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순리(循吏)는 법을 준수하고 열심히 일하며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관리를 일컫는 말이다. 순리열전에는 모두 다섯 명의 유명한 재상들에 대한 행적이 실려 있는데 그중 한 명에 공의휴(公儀休)라는 재상이 있었다.

 

공의휴는 춘추시대 노나라의 재상으로 국상의 벼슬을 지냈으니 지금으로 치면 문자 그대로 국무총리 정도의 재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혹은 서울시장, 경남도지사, 국회의원 정도의 직위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공의휴가 얼마나 청렴한 공직자였는지 언제나 법을 준수해 원칙을 지키면서 일처리를 했고 비공식 업무라며 딴 짓을 하거나 받은 돈은 모두 기부했으니 문제없다며 편법을 쓰는 일은 조금도 없었다. 특히 나라에서 월급을 받는 관리는 백성과 이익을 다투는 것조차 엄하게 금지해야 한다며 솔선수범을 보였으니 자연히 모든 관리들의 품행이 깨끗해져 백성들의 칭송이 높았다.

 

어느 날, 손님이 공의휴에게 생선을 선물하자 그가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그러자 손님이 물었다. “국상께서는 생선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거절하십니까?”공의휴가 대답하기를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이번에만 생선을 받으라고 하시지만 이번에 받으면 다음에 또 누군가가 생선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청렴한 관리였으니 아무리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인 국상의 직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집안 형편이 넉넉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반찬값이라도 줄여보려고 부인이 자기 집 앞 텃밭에 아욱을 심어 놓았다.

 

어느 날, 퇴근을 해 집에 돌아와 보니 텃밭에 아욱이 심어져 있는 모습을 본 공의휴가 아욱을 남김없이 뽑아버렸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재상의 부인이 집에서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공의휴가 부인을 나무라고는 베틀을 부숴버리며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국록을 받아먹는 관리의 집에서 스스로 아욱을 재배해서 먹고 베를 짜서 직접 입을 옷을 해 입는다면 아욱을 생산하는 농민과 옷감을 짜는 부녀자들은 농사지은 아욱과 애써 지은 옷감을 어디에 팔아서 생계를 이어갈 것인가?”

 

여기서 생긴 말이 아욱을 뽑아내고 옷감을 내다 버린다는 발규거직(拔葵去織))의 고사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의 변명이 하도 같잖아 떠오른 고사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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