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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에 운명 맡긴 롯데家 두형제

  • 2015.10.14(수) 17:37

[Watchers' Insight] 캐스팅보트 쥔 종업원지주회
부장급 1명이 롯데홀딩스 의결권 행사

▲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 왼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오른쪽은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다.

 

'롯데는 한국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라는 질문만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또 있을까.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사업기반을 갖고 있는 롯데는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국으로 확장한 독특한 이력 때문에 종종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도 롯데의 국적논란은 뜨거운 감자였다.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이 국정감사에서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했고,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롯데는 글로벌기업"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롯데가 한국기업이든 글로벌기업이든 두 형제의 운명을 가를 캐스팅보트는 일본 롯데에 근무하는 '월급쟁이' 직원 단 1명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 광윤사 장악한 신동주, 홀딩스에선 열세

롯데홀딩스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LSI(10.7%), 설립자 가족(7.1%), 임원지주회(6.0%), 롯데재단(0.2%) 등으로 구성돼있다. 형인 신 전 부회장 지분은 1.6%, 동생인 신 회장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회사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버지가 갖고 있던 광윤사 주식 1주를 넘겨받아 확실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광윤사만으로는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없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난 것도 광윤사 외 나머지 주주들이 사실상 동생인 신회장 편에 섰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으로선 종업원지주회나 관계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롯데홀딩스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LSI는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관계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 "종업원지주회를 장악해야 이긴다"

현재 수세에 몰려있는 신 전 부회장이 눈여겨 보는 곳이 종업원지주회다. 관계사 지분은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동생인 신 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측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이번 경영권 다툼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종업원지주회는 어떤 곳일까. 일본에서 종업원지주회는 상장사들이 주로 채택하는 제도다.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동시에 복리후생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업이 상장하거나 증자를 할 때 우리사주조합에 발행주식의 20%를 우선 배정토록 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도 이러한 차원에서 종업원지주회에 지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비상장사이지만 롯데홀딩스는 종업원지주회에 매입가격의 10~12%를 매년 배당으로 지급해왔다고 한다. 아울러 ▲총수가 적은 비용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상속하려고 할 때 ▲주식의 외부유출을 방지하는 차원 등으로 종업원지주회가 곧잘 활용된다.

◇ 부장급 직원에 맡겨진 총수일가 운명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는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임원은 가입자격이 없다. 평소라면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직원들에게 분담금을 나눠주는 역할에 그쳤을 종업원지주회가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형제간 다툼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종업원지주회 지분 27.8%는 일본 민법에 따라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개인의 이름으로 주주명부에 등재돼있다. 의결권도 이 한 명이 행사한다. 원칙상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은 4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결의를 바탕으로 움직이지만, 지금과 같이 총수 일가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을 땐 이사장의 리더십이 이사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부장급 직원이 맡아왔다.

 

◇ 희극인가 비극인가 

현재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이 주주들의 신임을 받기 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을 신 회장쪽 사람으로 교체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은 일본 사람이며, 이름이나 직급, 소속은 우리도 확인이 안된다"고 전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와 관련해)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쪽은 한국기업, 다른 한쪽은 글로벌기업이라며 두 형제가 딴 목소리를 내는 사이 자신들의 운명을 월급쟁이 한 명에게 맡긴 지금의 현실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두 형제가 입는 상처가 깊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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