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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의 상속세 줄이기

  • 2015.11.10(화) 11:22

[세무사님 궁금해요] 황순우 순우리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젊어서 사업에 성공한 나갑부씨는 100억대 자산가다. 최근 나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5억원 정도의 상속 재산을 남기자 나씨는 이 돈을 자기가 받을게 아니라 아들에게 주고 싶어졌다.

 

어차피 본인은 재산이 충분하니 돈이 더 필요치 않고, 어딘가에서 들은 정보로는 상속 재산이 5억원 이하면 상속세도 없기 때문에 자신은 상속을 포기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주인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진 것이다.
 
과연 상속세는 한 푼도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세무사의 말에 나씨는 자신도 알만큼은 안다며 되레 화를 냈다. 상속공제가 최소 5억원이기 때문에 나씨 아버지의 경우 상속세가 나올 수 없단 주장이다.
 
물론 상속공제로 최소 5억원이 일괄공제 가능하다. 하지만 상증세법상 상속공제 종합한도라는 개념이 있음을 나씨는 간과하고 있다. 상속공제 종합한도를 적용하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상속인 외의 자에게 유증되거나 상속포기로 넘어간 자산만큼에 대해서는 상속공제를 해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상속인들에게 상속된 재산에만 상속공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나씨의 아들이 나씨의 상속포기를 통해 할아버지의 상속재산 5억원을 물려받는다면 상속인인 아들이 아닌 손주가 100% 상속을 받음에 따라 상속공제 한도가 0이 되어 한푼도 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5억원이 그대로 상속세 과세표준에 포함되게 되고 손주에게 상속된데 따른 세대생략 할증과세까지 고려하면 1억원 이상의 상속세가 과세된다. 

 


여기서 세대생략 할증과세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를 거치지 않은 채 손주에게 바로 넘어가는 경우, 즉 세대를 생략한채 이뤄지는 상속이나 증여시 산출세액의 30%를 가산하는 제도이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에게 갈 때와 다시 아버지에서 손주에게로 가며 두 번 내야 할 상속, 증여세를 한번만 내게 되니 좀 더 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나씨의 경우 과세표준 5억원의 산출세액은 9000만원이나 여기에 30%가 할증되어 1억1700만원이 되고 신고세액공제까지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1억530만원이 납부할 상속세로 계산된다.  

 


세무사의 설명을 듣고 난 나갑부씨는 본인의 야트막한 세법 지식 때문에 세금을 1억원 이상 물게 될 지도 몰랐던 상황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럼 그냥 제가 받아야겠군요?"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세무사는 "아닙니다. 손주분이 받게 하시고 상속세를 그냥 내시죠"라고 답변한다.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 나씨는 멘붕에 빠졌다.
 
왜였을까?

 

나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세무사는 이미 나씨의 재산이 1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환갑이 다 된 나씨 역시 향후 상속플랜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재산을 더 늘리기 보다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손주가 물려받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세무사는 손주가 재산을 물려받고 상속세를 내는 게 더 나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 당장 상속세 1억원이 아까워 아버님의 재산을 사장님께서 받으신다면 결국 그 재산을 아드님께 물려주실 때 5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부담하시게 됩니다. 즉, 2억5000만원의 상속세를 더하게 되시는 셈이죠. 비록 1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이번에 내셔야 하지만 사장님의 상속재산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선 아드님이 미리 받는 게 현명합니다. 할아버님의 유산이라 생각하면 아드님이 함부로 재산을 낭비하지도 않겠지요."

모든 설명을 듣고 난 나갑부씨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이미 100억대의 자산가라 여기에 5억원을 추가한들 재산상의 큰 가치는 없는데 미래의 상속세만 2억5000만원을 더하게 되는 꼴이 되니 말이다. 나씨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아들 통장에 넣어주며 평소에 아들녀석이 조르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을 허락해줬다.

 

5억원이면 3~4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자금이었고 사업하는 모양새를 잘 지켜보다가 될 성 부른 나무면 본격적으로 밀어줄 작정이다. 애초에 나씨의 돈도 아니었기에 성공여부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할아버지의 유산 덕분에 별 부담 없이 아들의 젊은 패기와 열정을 시험해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부의 이전은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 중 세금문제는 지금과 같은 저성장 고세율 시대에선 최우선 순위를 앞다투는 고려사항이다. 재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보다 폭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나무보단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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