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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흙으로 아내는 붓으로

  • 2017.06.16(금) 10:00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지난달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가족전시회가 열렸다.
현수막엔 '화기애애'라는 문구가 씌어있었다.

전시관 1층엔 도예를 전공한 이천수 작가와
회화를 전공한 민들레 작가의 작품이

그리고 지하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이약수 군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족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뭘까.

"우리 가족은 인적이 드문 산속에 살아요.
주변에 이웃이나 또래가 별로 없죠.

그러다 보니 아이는 어릴 적부터
흙으로 작업하는 아빠 옆에선 흙 놀이를
그림 그리는 엄마 옆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가족전시회는 이런 일상을 잠시 떠난
나들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편과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물었다.

"결혼 후부터 도자기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왜 도자기를 그리느냐고 물으시는데요.

흙으로 작업하는 작가와 사는 우리 가족에게
도자기는 그냥 생활 그 자체라고 보면 돼요.

저는 그런 일상을 그리고
남편은 그런 저를 바라보며 작업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도 볼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스스로 반성하긴
여전히 좀 어려워요. (웃음)"
 

 
동료 작가로서 남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천수 작가의 작업은 그와 닮았습니다.

첫눈엔 꾸밈없이 투박하고 뭉뚝한
덩어리가 눈에 들어오는데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섬세합니다.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사람
그런 작업세계를 가졌습니다."
 

 
"남편에게 작업세계에 관해 물으면
그렇게 태어났으니 그렇게 하는 거다
그냥 무심하게 말하지만

성질이 다른 흙과 유약이 불을 통해
하나의 근사한 도자기로 태어나듯

도예와 하나된 듯한 열정을 가진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저에게 최고의 자극이 됩니다."
 

 

민들레 작가에게 미술은 어떤 의미일까.

"의욕에 차 있던 어린 시절에는
미술과 그림에 대단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눈을 부릅떴죠.

그런데 남편과 작업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그림은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함께 느끼면서 그 감정을 공유하면
그 자체가 미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회엔 가족이 있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특별했다.

민들레 작가는 말한다.
"가족은 항상 곁에 있어서
특별하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냥 나, 일상, 저의 전부인 듯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느끼며 공유하는 가족

그들의 작품 속에

배려와 따뜻함이 묻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광고 카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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