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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뽕나무의 희망

  • 2018.06.01(금) 09:14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지역이 있다.


바로 경기도 파주 임진각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문산역에서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다소 불편하다.


그런데도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곳에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통일을 염원하고 또 아픔을 달랜다.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영국 BBC방송 취재팀도 보였다.


임진각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지만
묘한 긴장감 또한 팽팽해 보였다.

 


이정님 문화관광해설사가
처음 안내한 곳은 자유의 다리였다.


"자유의 다리는 임진각 광장 뒤편에 있는데
1953년 한국전쟁 포로 1만 2773명이
이 다리를 건너 귀환하면서
자유의 다리로 불렸습니다."

 


"경의선 철교는 상하행 다리가 2개였는데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기둥만 남았습니다.


전쟁포로 귀환을 위해 서쪽 다리 기둥 위에
철교를 복구하고 그 남쪽 끝에
임시다리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포로들은 차량으로 경의선 철교까지
이동한 후 이 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많이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이 자유의 다리를 통해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단역 증기 기관차입니다.
한국전쟁 중 피폭 탈선한 후
반세기 넘게 비무장 지대에 방치돼 있었는데


2006년 증기 기관차와 함께 파편 292점
레일 파편 132점을 수거해 이곳에 설치했죠.


제 뒤에 보이는 저 나무가 뽕나무인데
기차 화통에서 자라던 뽕나무를
같이 가지고 와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오신 많은 분이
임진강 건너편은 북한 땅인줄 알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산 뒤편 임진강 철교를 건너면
우리가 갈 수 있는 마지막 기차역인
도라산역이 있습니다.


휴일과 월요일을 제외하면
통일대교를 건너 도라전망대에서
북한을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마이크쥬 씨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이곳에 먼저 와 보고 싶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기도 하고
외국에서 언론을 통해 접한 한반도는
그 어느 지역보다 위험해 보였는데


정작 한국에선 전혀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어 신기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
모두에게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통역을 해주던 아내 권소민 씨가
남편을 바라보며 한국말로 거든다.


"걱정하지 말아요. 여보!"

 


이근하 씨는 친구인 마이크쥬 씨가
임진각을 가고 싶다고 해 가이드로 왔다.


"평소 정치엔 큰 관심이 없어
특별한 감정으로 온 건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직접 와보니
조금 다른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 두 나라 모두
행복한 미래를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넘게
극한 대립의 아픔이 새겨진 이곳


설운도 씨가 부른 '잃어버린 삼십 년'이
반복해 임진각에 울려 퍼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십 년 세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매게 불러봅니다.'

 


기차 화통에서 자라던 뽕나무를
왜 이곳까지 가지고 왔는지 묻는 말에
이정미 해설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곳으로 가지고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앙상했던 뽕나무가 잘 자랄지 몰랐습니다.


여기에서 물도 주고 사랑도 주고
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바라봐주니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소식과 함께
평화의 기운이 깃들고 있는 한반도


그 평화가 저 뽕나무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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